<종교칼럼-삶>
보물찾기
<이정우 목사·기쁨의 교회 담임목사>

2001.05.05 00:00:00

석탄일이 공휴일이어서 온 교우들과 함께 봄 소풍을 다녀왔다. 간단히 먹을 것을 장만해서 아이들과 함께 가까운 녹지를 찾은 것이다. 오랜만에 산과 나무와 꽃이 있는 자연 속에 몸을 맡기니 마치 어머니의 품에 안긴 것처럼 향기롭고 평안했다. 나무 사이를 걷기도 하고, 산자락을 뛰어보기도 하고, 잔디에 벌렁 누어서 날리는 꽃가루를 바라보기도 하면서 축복을 누렸다. 또 잔디밭에서 여러 가지 재미있는 놀이도 했다. 백군과 청군으로 편을 짜서 달리기도 하고, 닭싸움도 하고, 풍선 터뜨리기도 하고, 야외 윷놀이라는 것도 하면서 깔깔거렸다. 흔한 놀이였지만 소풍 나온 마음들은 한가지로 재미있어 했다. 이 중 가장 인기를 끈 것은 단연 보물찾기였다. 남녀노소가 없었다. 출발 전부터 예고를 했기 때문인지 애들은 짐 꾸러미보다 조바심주머니를 먼저 풀었다. 언제 하느냐, 상품은 무엇이냐, 한 사람이 여러 개 찾아도 되느냐, 누가 숨겼느냐, 어디에다 감추었느냐...... 이만저만 성가신 게 아니었다. 어른도 마찬가지였다. 로비의 위력(?)을 알고 있는 어른들 중에는 자기에게만 살짝 알려줄 수 없느냐며 슬그머니 정보를 요구하는 귀여운(?) 분도 있었다. 결국 성화에 못 이겨 맨 마지막 차례를 지키지 못하고 보물찾기를 알리는 호루라기를 앞당겨 불고야 말았다. 호각이 울리자 애들과 어른들은 토끼나 노루처럼 이리저리 잽싸게 튀었다. 돌을 들어 보기도 하고, 나무 위를 쳐다보기도 하고, 큰 바위 틈으로 머리를 들이밀거나, 내어놓으라는 듯이 큰 나무를 마구 흔들어 대기도 했다. 보물이 숨겨져 있을 법한 곳이면 어디든지 뒤지고 떠들고 벌리고 흔들어댔다. 차근차근 바닥을 살피는 어른도 있고, 마음만 들떠서 소득 없이 이리저리 뛰기만 하는 애들도 눈에 띄었다. 잠시 시간이 지나자 여기저기서 찾았다고 외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어떤 사람이 심봤다(?) 외치면 주위 사람들은 일시에 몰려든다. 그러면 찾은 사람은 성공사례(?)를 자랑스럽게 전수했다. 부러운 눈으로 듣던 사람들은 이내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듯이 냉정하게 돌아선다. 그리고 눈에 쌍심지를 켜고 보물을 찾아 떠났다. 수색영장도 없이 마구 뒤져대는 이 낯선 수사관들(?)의 소란 때문에 고요하던 숲 속이 백기를 들쯤 되어서 보물찾기가 끝났음을 알리는 호루라기가 울렸다. 그러나 사람들의 얼굴은 좀처럼 정리가 되지 않았다. 아홉 개나 찾아서 개선장군이 된 사람, 신통치 않은 보물에 어정쩡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거리는 사람, 하나도 찾지 못해서 울상이 되어 나에게 무슨 대책을 요구는 아이까지….때 이른 단풍처럼 울긋불긋했다. 보물을 찾는 모습들을 보면서 생각했다. ‘왜 사람들은 저렇게 보물찾기를 좋아할까. 혹시 인간은 필연적으로 보물을 찾는 존재는 아닐까. 사람들이 찾으려 하는 그 보물이 있다면 그것은 어떤 것일까’하고. 집에 와서 성경의 잠언이라는 지혜서를 뒤적거려 보았다. 이런 구절이 눈에 들어왔다. “지혜 있는 사람의 집에는 값진 보물이 있지만, 미련한 사람은 그것을 모두 탕진하여 버린다." 그렇다. 보물이 지혜가 있는 사람의 것이라면, 그 보물은 틀림없이 인간의 내면에서 비롯되는 것일 게다. 인간의 내면에서 비롯되는 것이므로 지혜 있는 자의 몫이리라. 돌아오기 전에, 찾은 보물의 품목대로 상품을 나누어주었다. 보물이라며 나누어준 상품은 별로 값나가는 것이 아니었다. 아이들에게는 사탕이나 과자정도였고, 어른들에게는 비누나 플라스틱 식기류, 고무장갑이나 수세미와 같은 것들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받아들고 한결같이 기뻐하고 즐거워했다. 별것도 아닌 것을 보물이라며 기뻐하고 즐거워할 줄 아는 그 마음들을 보면서 나는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그래 확실히 보물은 마음에 있어!"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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