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2개월여 후이면 치협의 새회장이 선출된다. 올해 대의원총회는 회장선거로 인해 매우 뜨거워질 전망이다. 또한 각 지부들도 각기 회장단 선거로 분주할 때이다. 치협은 지난 5일 정기이사회에서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에 이종률 전 치협 총무이사를 선임하고 본격적인 선거관리체제에 들어갔다. 지금까지 후보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후보예상자들은 선거관리위원회가 가동되기 전부터 이미 상당히 조심스럽게 비공식적으로 선거운동에 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느 선거전보다 서로 조심하고 있는 듯 하다. 앞으로도 이같은 상태로 서로가 상대방의 험담을 늘어놓기 보다 정책과 비전제시로 승부를 건다면 예전의 여느 선거전보다 매우 모범적인 선거가 될 것이다.
치협이 선거관리위원회를 만든 것은 지난 1983년의 일이다. 점차 회장단 선거가 치열해 지고 대의원의 영향력이 커져가면서 회장단 선거에 대한 체계적인 운영과 양식 등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지난 1995년에는 `회장단선거운동방법에 관한 규정"이 마련되어 과열양상으로 치닫는 선거전에 최소한의 지켜야 할 규정을 마련함으로써 불필요한 잡음과 갈등을 최소화시켰다.
이 규정에는 기탁금제도를 두어 후보에게 일정 금액을 기탁받아 선거에 필요한 인쇄물과 선거에 드는 비용을 공제함으로써 상호 과열선거전으로 인한 홍보에 뿌려지는 과다비용을 줄일 수 있었으며 사전선거운동금지 규정과 후보가 지켜야 할 준수사항을 상세하게 명시함으로써 공정 공평한 선거전이 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같은 규정은 치과계의 위상이 날로 높아지고 회원 수가 늘어남에 따라 다양한 욕구가 분출하면서 회장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지자 점점 입후보자들의 선거운동이 과열되는 양상을 보였기에 부득이 취해진 조치였다. 다행히 이 규정이 발효된 이래 이렇다 할만한 위반사항은 별로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규정이 단순히 입후보자의 활동을 일정 테두리 안에 표준화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적어도 치과계 만큼은 정치판과 같이 이전투구식 선거를 치룰 수 없다는 고단위 품위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규정임을 인식해야 한다. 그렇다. 치과계는 정치판과 달라야 한다. 입후보만 하면 상대 후보에 대해 인신공격에서 마타도어까지 헐뜯는 양상이 되어서는 최고 지성인의 단체라고 할 수 없다. 선거결과도 중요하지만 선거를 치루는 과정에 흠집이 잡히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그래야만 선거 후 늘상 일어나는 선거 후유증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선거에 떨어진 후보가 억울함이 없이 활짝 웃는 얼굴로 당선후보에게 축하를 해 줄 수 있는 선거는 결과보다 과정에서 페어플레이가 있을 때만 가능한 일이다.
이번 선거가 각 지부에서건 중앙회에서건 진정으로 치협 역사이래 가장 깨끗하고 훌륭했다는 기록으로 남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