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삶>
루키즘(Lookism)이란 유령
<이정우 목사·구리 기쁨의 교회 담임목사>

2002.10.14 00:00:00

재미있는 뉴스를 들었다. 성형수술에 대한 의식조사 결과인데, 모 회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성형수술에 의한 외모 변화가 성격이나 삶의 개선을 가져온다고 생각하느냐”고 질문했는데 응답자 90%이상이 이를 인정했단다. 이제 대부분의 사람들이 성형수술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모양이다.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나 역시 수혜자이기 때문이다. 난 태어나면서 얼굴에 붉은 반점이 많았다. 정도가 심해서 사춘기를 넘길 때까지 마음고생이 많았다. 기회가 돼서 성형을 했는데, 여간 좋지가 않다. 미남(?)이 돼서 기분 좋기도 하지만, 정신적으로도 참 유익하다. 사람을 만나는데 거리낌도 없고 자신감도 많이 회복된 게 사실이다. 성형의술의 발달은 여간 감사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요즘 분위기는 영 개운치가 않다. 필요이상으로 성형수술에 매달리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모태로부터 물려받은 자신만의 캐릭터를 버리고 할 수만 있으면 인조미인이 되려고 덤벼드는 세태 말이다.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들도 마찬가지란다. 요즘엔 취직을 앞둔 남성들의 성형수술이 그렇게 인기라니…. 아무리 목사지만, 이 땅에서의 생활이 무엇보다 중요한 사람들에게 아름다워지려는 마음까지 포기하라고는 못하겠다. 그러나 서글퍼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 ‘신체변형장애증’ 때문에 인간의 내면적 아름다움 보다 외모를 중시하는 가치관이 설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후유증이 우리에게 큰 고통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한 칼럼리스트는 “루키즘(Lookism)이란 유령이 전 세계를 배회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루키즘’이란 이른바 ‘외모지상주의’를 의미하는데, 사람의 외모를 근거로 차별하거나 편견을 가지고 대하는 태도를 말한다. 이 루키즘이란 유령이 요즘 우리사회를 정복하고 있다. 그의 대표적인 전도사는 TV다. 영문도 모르는 이 바보상자는 잘난 사람에게는 찬사를 보내고 못난 사람에겐 비하와 조소를 보내면서 그저 인기에만 도취해 있다.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는 게 얼마나 어리석은가! “굉장한 지혜가 이 더러운 그릇에 들어 있답니다.” 총명하지만 못생긴 한 랍비가 로마의 공주에게 자기 머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리고 “왕궁에 술이 있습니까?”물었다. 공주가 고개를 끄덕이자, “어떤 그릇에 들어 있습니까?” “보통 그릇에 담아 두지요.” 그러자 랍비가 놀란 듯이 “왕궁에 금이나 은그릇이 많을 텐데 왜 그런 그릇에 담지요?” 그래서 공주는 모두 고급 그릇에 옮겨 담았다. 그러자 술맛이 변해버렸다. 황제가 노하여 랍비를 꾸짖었다. “어째서 그런 일을 권했느냐?” 랍비가 말했다. “공주님께 매우 귀한 것이라도 보통 그릇에 담는 편이 좋은 때가 있음을 가르치고 싶어서였습니다.” 미국에서 남북전쟁이 터지기 몇 해 전, 오하이오 주의 큰 농장에 한 초라한 소년이 찾아와 일자리를 구했다. 주인은 일손이 모자랄 때라 소년을 채용했다. 그런데 3년 뒤 이 못생긴 머슴이 자기 딸과 사귀는 것을 알고 내쫓았다. 그로부터 35년 뒤 주인은 낡은 창고를 수리하다 그 소년의 짐을 발견하고 내용물을 살피던 중 소년의 이름이 제임스 A 가필드(1831~1881)라는 것과 현직 20대 미합중국 대통령과 동일인이라는 것을 알았다. 하나님은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시지 않는다. 성경에 보면,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의 왕을 뽑으려고 한 선지자를 이새의 집으로 보내셨다. 선지자는 이새의 여덟 형제 중 용모가 준수한 형에게 마음을 두었다. 이때 하나님은 “사람은 외모를 보거니와 나 여호와는 중심을 보느니라”고 하시면서 막내 다윗을 지명하셨다. 성경은 다윗에 대해서 “하나님과 마음이 합한 자”라고 증거하고 있다. 옛날에 유행하던 노래가 떠오른다. “얼굴만 예쁘다고 여자냐 마음이 고와야 여자지….” 요즘은 이런 노래가 없다. 그러고 보면, 정신문명은 꼭 진보하는 것만은 아닌가보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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