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푸코가 다룬 ‘지식들"을 유심히 보면 대개 인간의 신체/생명 및 법/권력에 관한 담론들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이것은 곧 그의 문제의식이 “권력은 신체를 어떻게 다루는가?"라는 것에 집중돼 있음을 뜻한다.
다시 말해 푸코는 지식-권력의 그물망이 인간의 신체를 어떻게 포획하는가에 집요한 관심을 가졌으며, 그런 연구를 통해서 주체성의 형성과 변환을 규명하고자 한 것이다.
인간 주체를 둘러싼 지식-권력의 그물망을 연구함으로써 푸코는 우리를 둘러싼 권력의 그물은 어떤 것인가,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그 그물을 찢을 수 있는가를 밝히고자 했다.
담론을 다룬다는 것은 곧 담론의 형성과 변환을 다루는 것이다.
즉 일정한 시대에 담론들이 어떻게 형성되고, 또 어떤 시대가 되면 어떤 과정을 통해서 변환되는가를 다루는 것이다.
그것은 곧 한 담론, 또는 여러 담론들의 ‘가능성의 조건"을 다루는 것이다.
이 점에서 푸코는 선험철학자이지만, 기존의 선험철학들과는 그 성격이 전혀 다르다.
요컨대 푸코의 철학은 타자의 존재론이자 담론/지식의 인식론이지만, 그의 존재론도 인식론도 기존의 철학들과는 현저하게 다른 성격을 띤다고 할 수 있다.
담론의 형성과 변환을 파악하고자 할 때 중요한 것은 공간과 언어이다. 즉 일정한 시대에 사람들이 사물들을 어떻게 공간화하고(분류하고) 언어화했는가이다.
어떤 담론이 생산됐을 때 그러한 탄생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 담론의 이론적인 내용들이나 그 논리학적인 양상들과는 다른 어떤 것을 문제삼을 필요가 있다.
즉 ‘사물들"과 "말들"이 아직 분리돼 있지 않은, 보는 방식과 말하는 방식이 언어와의 관련하에서 아직 서로에게 속해 있는 그러한 영역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볼 수 있는 것과 볼 수 없는 것의 최초의 분배에, 그 분배가 언표되는 것과 언표되지 않는 것의 배분(나눔)에 연결돼 있는 한에서, 주목해야 한다.(‘임상의학의 탄생’)
말과 사물 사이에는 어떤 망이, 말과 사물을 일정하게 관계 맺게 하는 인식론적 장(=에피스테메)가 존재함을 말하고 있다.
사물들을 분류하고 언어화할 때 사람들의 머리는 이미 어떤 공간적 틀에 입각해 움직이고 있다. 푸코는 이런 인식 틀을 역사적 지평에서 추적하고자 했다.
즉 그런 틀을 초월적인 것으로 고정시켜서 파악한 것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변환을 겪는 것으로 추적한 것이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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