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나와 같이 근무하는 동료치과의사 3명과 설악산으로 1박 2일 여행을 다녀왔다.
목요일 오후에 떠나서 금요일 저녁에 돌아오는 평일을 이용한 여행이었기에 교통의 번잡함을 피할 수 있었으며 새로 뚫린 대관령 터널을 지나 오랜만에 설악의 신록과 동해의 원색을 가슴 가득 담고 돌아 올 수 있었다.
우리 4인은 10년 전부터 같은 병원에서 동고동락하며 지내왔고, 6년 전부터 1년에 한 번씩 평일을 틈내어 이와 같이 여행을 하고 있다.
우리는 이 여행을 ‘미래여행’이라고 명명했고 여행시작부터 끝날 때 까지 모든 대화는 미래에 대하여만 하기로 정했다.
4명이 파트너 치과의사로서 한 병원에 근무하지만 서로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고 4인의 공동의 미래에 대하여도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갖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 우리에게 미래여행은 각자의 미래에 대하여 하루동안 집중적으로 생각하고 정리하고 또한 서로 공유함으로써 같은 신앙을 갖는 공동체만큼이나 서로를 결속시켜주는 신비로운 역할을 했고, 이젠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일년의 행사가 됐다.
우리는 매년 미래여행 뒤에는 서로 이야기한 사항들을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여행 중에 3~4회의 meeting을 자리를 옮겨가며 갖는데 서두는 예전의 기록들을 꺼내 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5년전에 5년 후 즉 2003년 현재를 예상해 적어 논 기록들을 한장 한장 넘기노라면 무슨 보석상자라도 열어보듯이 가슴이 뛰고 예전에 이루고자 했던 일들이 앞당겨 이루어 진 기록을 보면 희열을 느끼며 행복한 순간에 빠지기도 한다.
계곡을 바라보며 모여 앉은 메밀묵집에서는 새로운 미래가 이와 같이 현실로 다가온다는 마음에 더욱 신중히 미래를 설계하기도 한다. 우리들의 미래 설계는 각자 자기 자신의 미래에 대한 생각들을 토로해 내는 것부터 시작하므로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야 하고 또한 남 앞에 자신을 드러내 보여야 하는 엄숙한 과정이 꼭 필요하게 된다.
맑은 동해를 옆에 끼고 앉은 조그만 횟집 별채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한 미래를 마음껏 그려보는 즐거움을 만끽하는 데 미래는 우리를 무한한 상상의 세계로 끌어들여 행복으로 이끄는 밤하늘의 별자리와 같다고나 할까…
생각의 속도는 가속돼 1분간에도 3년 후, 5년 후, 10년 후의 수십 수백개의 미래사가 한꺼번에 머리 속에 몰려온다. 이런 식으로 나의 미래는 수십 번 계획되어지고 수정되어지기도 한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곰곰히 생각해 본다.
1년을 그리 바삐 살지도 않았는데 미래를 곰곰히 생각하는 나만의 시간은 얼마나 가졌을까 라고… 내년에도 우리 4인은 미래여행을 가겠지만 나만의 미래여행은 계절마다 가지겠노라고…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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