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연구는 무엇으로부터 출발해 인식들과 이론들이 가능할 수 있었는가, 어떤 질서의 공간에 따라 지식이 구성되었는가, 어떤 역사적 아프리오리에 근거하여 그리고 어떤 실증성의 영역 내에서 관념들이 출현했고, 과학들이 구성되었으며, 경험들이 철학들 내에서 반성되었고, 합리성들이 형성되었는지를, 그리고 얼마 후에 해체되고 곧 소멸해버렸는지를 탐구한다.
(말과 사물)
19세기가 되면서, 특히 프랑스 대혁명 이후(푸코의 역사적 연구에서 프랑스 대혁명은 항상 결정적인 전환점으로 이해된다), 유럽에는 ‘휴머니즘"이 도래한다.
휴머니즘은 자유·평등·박애를 기조로 새로운 ‘근대 사회’를 건설하게 된다. 그러나 푸코는 바로 휴머니즘과 ‘근대성(modernity)’이야말로 부르주아 계급이 세계를 보다 ‘세련되게’ 통치하려는 장치였다고 고발한다.
이 세련됨이란 곧 ‘지식들’의 건설로 나타난다.
푸코는 이렇게 형성된 현대 사회를 ‘훈육 사회"이라고 부른다.
다시 말해 19세기 이후의 사회가 그 전 사회보다 더 ‘발전한 사회’라는 역사의 목적론을 푸코는 거부한다.
아울러 19세기 이래에 등장한 지식들(정신병리학, 통계학, 우생학, 인구학, 법의학 등등)은 ‘과학’이라기보다는 부르주아 계급이 사회를 정교하게 통치하기 위해 만들어낸 담론적 장치들이라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푸코는 19세기 이래의 정신병리학 및 정신분석학을 검토한다.
푸코는 근대의 정식의학과 정신병리학이 말하는 ‘과학성’의 밑바탕에서 권력이 작동시키는 다양한 ‘장치들’을 드러낸 것이다.
‘임상의학의 탄생"과 ‘말과 사물’은 ‘고전 시대’의 인식 체계와 근대의 인식 체계를 대비해 보여 주는 대표적인 저작들이다.
푸코는 르네상스 시대의 비합리적 사유 체계, 고전 시대의 합리주의, 그리고 근대 이후의 복잡한 발전을 꼼꼼하게 분석함으로써 각 시대의 ‘에피스테메’들을 드러내고, 그 작업을 통해 인식의 상대성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1196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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