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 시론] 손으로 하늘 가리기

  • 등록 2003.09.1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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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진 본지 집필위원

 

슬라보미르 라비치(1916 ~  )는 북극근방에 있는 소련당국의 시베리아 강제 수용소를 1941년경에 탈출합니다.


지도 한 장 없이 완전히 걸어서만 7000km를, 자유를 찾아, 행군한 이야기가 ‘얼어붙은 눈물’입니다. 6명의 동료 죄수와 도끼, 칼 하나 그리고 일주일치의 식량만으로 눈 덮인 벌판을, 히말리아 같은 높은 산과 얼어붙은 강을 건너, 하루에 약 50km씩 걸어는 이야기입니다.


그가 고비사막을 횡단할 때를 “그 광대한 범위와 불모의 속성을 모른 채 사막으로 들어갔다. 만일 그 무서운 사실을 미리 알았더라면 좀더 충분한 준비를 했을 텐데. 모두가 그저 고비 사막이라는 이름밖에 몰랐다. 심각하게 생각해 본적도 없다”이렇게 술회했습니다.


독자의 입장인 제가 보기에는, 당시 그가 처한 상황에서는 준비를 한다고 해도 별 도움이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다만 지나가야만 하는 당위성만이 최선의 준비였을 것입니다. 
치과전문의 제도를 시행할 즈음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는 “2008. 12. 31까지 한시적으로 종합병원(256), 치과수련병원(24)에서만 치과진료과목표방을 허용하는 의료법개정안을 통과시켰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치과의사 전문의제도가 실시되지 않는 현 시점에서의 진료과목표시는 진료의 왜곡과 진료비상승을 야기할 수 있었어 반대하는 것이고, 법안이 한시적인 이유는 영구히 제한할 경우 표시기관에서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 했습니다.


치협에서는 수용할 것이라는 반응이 있었다고 합니다.
즉, 기존의 진료환경이 최대한 유지되는 것이 목표인 것으로 보입니다만 전문의제도는 필연적으로 현재의 패러다임과는 상충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현재에도 특정과목만 진료하는 치과의원들이 상당수 있습니다. 또 일부의원에서는 내부적으로 전문의 혹은 진료과목이 표시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의원급에서 공개적인 진료과목의 표방은 많은 혼란을 초래하고, 그 폐해는 상상을 넘을 것이라는 현실적인 우려는 이성적인 판단일 것입니다만, 전문의제도가 치과의사, 국민들에게 큰 이익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시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성적인 고려가 장래의 믿음을 방해하지 않는 현명한 방법을 우리는 찾아야 할 것입니다.  
손을 들어 하늘을 가리면 하늘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만 보지 못할 뿐입니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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