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한 노인 환자분이 오래된 브릿지를 새로 갈아 끼웠다. 연세가 71세인 그는 브릿지 장착날 나에게 그전 치과에서의 불쾌한 경험담을 털어 놓았다.
그가 전반적인 치아 건강을 위해 오래되고 약간 불편했던 브릿지를 새로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묻자 치과의사가 “그 정도면 더 쓰셔도 됩니다"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분은 내가 늙어 아무렇게나 살라는 뜻으로 알아듣고는 무척 화가 났었다고 한다.
“젊은 사람이라면 더 살날이 많으니 오래된 브릿지를 교환했을 것이다. 본인은 늙었기 때문에 그냥 써도 생이 마감할 때 까지는 쓸 수 있다고 그 치과의사가 판단했을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나는 그 후 주위의 동료 치과의사들에게 이 사건(?)을 자주 들려 주었다.
최근 들어 Antiaging이라는 단어가 유행이다. 우리 말로는 노화방지라고도 하는데 일반의사들 사이에 요즘 가장 많이 모이는 학회가 Antiaging에 관한 학회라고 한다. 또 학회가 여럿이며 그 부류도 다양하다고 한다. 노화 방지에 관한 책들도 많이 나와 있은데 그 중 ‘성공적인 노화’를 쓴 존 로우에 따르면 우리들은 노화와 노인에 대해 심한 편견을 갖고 있다고 한다. 늙은 것이 병드는 것이다 라고 생각하며 노인은 새로운 일을 할 수 없고 많은 질병이 유전적으로 와서 본인의 건강을 유지하려는 의지와는 관계없이 시간이 되면 병에 걸려 죽게 되고 더구나 sex에 대하여는 아무 생각도 없다라는 크나 큰 편견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각종 통계와 과학·의학적 연구는 분명히 노인들은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75세 이하의 노인은 자신을 노인이라고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건강한 성공적인 노화를 맞고 있는 고령자들이 늘고 있다. 그들은 의욕적인 삶을 살고 안정적이며 기운차다. 담배를 끊어 심폐기능이 10년 전보다 훨씬 더 좋아졌고 꾸준한 유산소 운동으로 더 몸이 가벼워졌으며 각종 비타민 등을 복용함으로써 젊은 육체와 정신을 재 창조하고 있는 것이다. 혈압약을 꾸준히 복용하는 노인은 본인의 혈압이 어떻게 되는지도 모르고 복잡한 직업적 일에 몰두하는 40~50대 보다 훨씬 혈압으로 쓰러질 가능성이 적다. 또한 여유시간이 많아 친구들과 더욱 좋은 유대관계를 갖고 있고 젊었을 때 바빠서 못 찾아봤던 동창생들하고도 더 자주 만난다. 자신을 내보이는데 주저함이 없어지고 과욕을 버린 건전한 사고를 한다.
누가 이들을 인생을 다산 노인이라고 하겠는가?
단지 우리들만 노인은 병들고 새로운 일을 하지 못하는 소외된 자들로 분류해 버리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매일 이러한 노인들을 만나고 치료하고 있다. 우리가 사고를 바꿔야만 더 많은 노인들과 정상적인 관계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노인을 불쌍한 존재로 볼 것인가, 성공한 존재로 볼 것인가가 문제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