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시론]최상묵(서울치대 명예교수)/입 속의 예술작품

  • 등록 2003.12.0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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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들의 입속에 천태만상의 수복물들이 제각기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질서정연하게 또는 어지럽게 치료돼 있는 모습들을 보게된다. 치과수복치료는 다른 치료와 달리 그 치료의 증거가 뚜렷이 남아 있다는 게 특징이며 그 치료의 작품이 누구의 작품이란 딱지가 항상 붙어있게 마련이다.


대학에 있었을 때 치과의사의 수복물의 작품이 수려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만날 때면 무척 기분이 상쾌하고 그 작품의 주인공이 기억이 되는 제자인 경우엔 무척 대견스럽기도 하고 그 친구가 한결 돋보이고 한편 고마운 마음마저 생겨나기도 했다.


치과학문은 자연과학중에서도 특별히 예술성이 강조되는 탓으로 사이언티픽 아트(Scientific Art)라고 부르기를 서슴지 않고 있다. 우리들이 하고 있는 치료작업에서 생리적 기능적인 측면이 중요한 것 못지 않게 조형적 심미(esthetic)에 대한 아름다움도 매우 중요시하고 있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환자들과 치료계획을 이야기할 때 치과치료를 건축물에 비유해서 설명을 할 때가 많다. 집이나, 빌딩을 지을 때 기초가 튼튼히 다져진 후에야 건물을 짓듯이 수복치료하기전에 지지조직 건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수복치료 전 기초치료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 줄 것을 환자들에게 협조를 구하게 된다. 대체적으로 우리 환자들은 치료를 서두르는 경향이 있다.


환자도 서둘고 의사 또한 서두르는 경향도 없지 않다. 급하게 서둘러 날림으로 지은 건축물이 부실할 것은 틀림없을 것이다.
우리는 환자들 입속에 축대를 쌓아 집을 짓기도 하고 강을 건너 다리(Bridge)를 놓기도 한다. 우리들이 건축한 건축물들을 입속에 꺼내어 지상에 세워둔다면 과연 어떤 평가를 받을 것인가를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우리들이 신(神)이 아닌 이상 조물주가 창조한 자연치의 기능과 똑같은 수복물을 만들수는 없겠지만 작품마다 우리의 최선을 다하는 장인정신과 전문가적인 기질을 한껏 발휘해야 할 것이다.


우리들은 아름답고 튼튼하고 수려한 건축물을 보면 마음이 편해지고 안정감을 느끼며 또한 행복감마저 갖게 된다. 치과치료도 건축물과 같이 보기에 우선 아름다워야 하고, 기능적으로 튼튼하고 불편함이 없이 안정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의사들이 환자의 질병을 고치고 건강하게 만들어 주는 일은 아름다운 일임에 틀림없다. 때문에 의술의 궁극적인 목적은 ‘건강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작업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세상사람들의 입속의 풍경은 우리들이 창작해 만든 작품의 전시장이다. 그 작품은 우리들의 자화상을 비춰주는 우리의 위상을 나타내는 거울과도 같은 것이다. 그 거울에 비치는 우리들의 얼굴이 어떤 모습으로 비치게 되는가? 우리들의 작품만큼의 모습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너무나 분명한 사실이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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