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삶-구리기쁨의교회 이정우 담임목사/삶의 기본원리, 믿음

  • 등록 2003.12.1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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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특검정국(特檢政局)을 보면서 느끼는 거북함 때문에 맘이 좀 불편하다. 어떤 환멸감 같은 것이 자꾸 목젖을 타고 올라오는 걸 느낀다. 정치에 환멸을 느끼도록 하는 것도 못돼먹은 놈들의 정략이기 때문에 맘을 식혀보려 노력해 보지만 자꾸 불이 나는 것을 어떻게 하지 못하겠다. 물론 박수치는 사람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어떻게 이렇게 노골적으로 국민을 농락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목사님, 새삼스럽게 뭘 그러세요. 이런 얘기 못 들어보셨어요?” 열을 내는 나에게 한 사람이 우스개 소리를 했다. 한강에 다섯 명의 사람이 빠져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단다. 사람들이 신고하자 119대원들이 와서 건져냈는데 네 명만 구하더란다. 책임자가 왜 한 명은 구하지 않았느냐고 꾸짖자 구조원들이 일제히 이렇게 말했다. “그 사람은 국회의원인데요?” 그런데 이 말을 들은 책임자가 더 호통을 치며 이렇게 말하더란다. “그럼 더 빨리 구해줬어야지. 한강 물을 오염시키게 놔두면 어떻게 해.”


정치란 게 주인인 백성을 이롭게 하는 것이리라. 백성의 배를 채워주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백성을 종으로 능욕하며 자신들의 잇속에만 그저 혈안이다. 정치적 이익에 따라 단짝이 되었다가 어느 날 원수로 돌변하기도 하고, 자신들의 입지가 곤란해지면 백성들의 고통은 상관없이 가당치도 않는 정치 쇼를 연출하기도 한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으면 힘을 합하고 맞지 않으면 제거하려 든다. 참 무섭다.


옛날에 들었던 ‘정치인과 게’이야기가 생각난다. 한 무리의 정치인이 바닷가를 거닐며 심각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정적을 제거할 계략이었다. 그때 게를 잡고 있는 어부를 만났다. 어부는 게를 잡아서 바구니에 넣고 있었다. 그런데 바구니에는 뚜껑이 없었다. 이를 본 한 정치인이 어부에게 말했다. “바구니에 뚜껑이 없군요. 게들이 다 도망칠텐데요.” 그러자 어부는 태연하게 말했다. “아무 염려 없습니다. 이 게들은 정치인들과 비슷한 놈들이라서 한 마리가 기어오르면 다른 놈들이 곧 끌어내립니다. 다른 놈이 올라가는 꼴을 보지 못하거든요.”


이제 국민들이 정치인들은 전혀 믿지 않는 것 같다. 이것은 참으로 비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성경에 보면, 인생의 가장 중요한 세 가지를 가리켜 ‘믿음과 소망과 사랑’이라 했다. 그리고 이 중의 제일은 ‘사랑’이라 했다. 그렇다. 사랑만큼 인간에게 좋은 게 있을까. 그런데 왜 그 좋은 사랑을 첫 번째에 놓지 않고 마지막에 놓았을까. 그렇다. 이 좋은 사랑도 믿음으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인생의 모든 관계는 믿음으로부터 시작된다. 믿음이 있은 후에 소망의 씨도 뿌리고 사랑의 열매도 거두는 법이다. 믿음의 첫 출발이 없으면 사랑의 결실도 없는 것이다. 믿지 않고 사랑하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믿음이야말로 존재하는 것들의 정신적 제1원리다.


그러므로 정치인들이 국민들로부터 믿음을 잃는다면 그것은 가장 중요한 것을 잃는 것이다. 논어 안연(顔淵)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제자 자공이 스승되는 공자에게 정치에 대해서 물었다. 공자는 아주 간단하게 대답했다. “나라가 바로 서려면 식량이 넉넉하고 군비가 충실하고 그리고 신의가 있어야 한다.(足食足兵 民信之矣)”


제자는 다시 물었다. “그 세 가지 중에 부득이 하나가 빠져야 한다면 무엇을 뺄 수 있을까요?” “그럼 군비를 빼야지.” 제자가 또 물었다. “나머지 둘 중에 또 뺄 수밖에 없다면 무엇을 뺄 수 있을까요?” 그러자 공자가 말했다. “그럼 식량을 빼야지.” 그리고 이렇게 주를 달았다. “사람은 어차피 한번 죽는 거야. 중요한 것은, 사는 동안에 가장 중요한 것은 믿음이야. 백성의 믿음을 잃어버리면 국가와 정치는 무너진다.” 백 번 맞는 말이다. 어디 정치인들뿐이랴. 믿음이란 삶의 가장 기본이 되는 힘이고 능력이다. 모두 이 원리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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