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치아의 종말은 언제일까?/최상묵 서울치대 명예교수

  • 등록 2003.12.2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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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가장 소망스러운 바램은 자기의 신체를 질병 없이 자기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삶을 누리는 일일 것이다. 따라서 사람의 신체의 일부분인 치아의 경우에도 자기의 자연치(自然齒)를 무덤에 갈 때까지 간직하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인간의 생명이 지속되고 있는 한 의사에 의해 인위적으로 그 생명을 단절시킬 수 없다는 안락사문제로 의학계에선 아직도 논란이 많다. 인간의 생명은 그 수명이 완전히 소진될 때까지 한 생명체로서 소중히 보존돼야 한다는 의학적 윤리를 강조하고 있음이다. 인간의 생명의 존엄성 때문에 안락사를 의학에서 아직도 허용하지 않고 있는 까닭이다.


우리 치과의사의 입장에서 볼 때 치아 하나하나도 한 생명체의 단위로 생각해야하기 때문에 치아 개개의 수명도 인간의 수명의 안락사 기준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치아에 통증이 있다던가 조금 부실하다고 해서 그 자체를 송두리째 뽑아버린다는 것은 한 생명체를 인위적으로 죽여버리는 행위와 같은 일일 것이다. 사실 우리들의 경우에는 환자 스스로가 자기 치아 뽑기를 대수롭지 않게 요구(?)해 오기도하며 치과의사 역시 별 생각 없이 환자의 치아를 쉽게 뽑아버리는 경향도 없지 않다. 의사들은 인간의 생명의 뿌리를 인위적으로 뽑지 못하게 제도화돼 있지만 치과의사는 인간의 치아를 뿌리채 뽑아도 아무런 잘못이 없다. 치아도 한 존엄한 생명체로 본다면 그 수명의 종말을 어떻게 규정하고 그 제한을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가? 다시 말해서 언제 치아를 뽑아야 하나?


치아의 종말(terminal)을 어디를 기준으로 해서 결정하느냐하는 문제는 참으로 애매하고 다양한 판단이 필요한 부분일 수도 있다. 치과의사가 사람의 치아를 뽑았다고 해서 치아의 생명을 죽인 살인자로 몰릴 까닭도 없고 보면 우리는 어떠한 경우라도 마음대로 남의 치아를 뽑아도 되는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율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욱 어렵고 자제력이 필요하며 또한 높은 도덕성과 인간애가 필요한 부분일 것이다.


치아는 인간의 생명과는 달리 뽑혀진 후에도 인공치아로 대치될 수도 있기 때문에 뽑아도 대수로울 게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잘 만들어진 인공치아도 원래의 자연치 보다는 기능이 못할 것은 분명하다. 요즈음 생각 없이 쉽게 뽑고 어려운 임프란트 시술을 한 연후에 그 예후의 귀추 때문에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된다. 물론 꼭 뽑혀져야 할 치아는 뽑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그 치아의 종말을 가능하면 연장할 수 있는 최선의 치료를 강구한 후에 뽑기를 결정하는 성의 있는 태도가 필요할 것이다.


치아하나 뽑는데 불과 10분도 안 걸릴 수도 있지만 그 치아를 보존하는 치료에는 수많은 날들이 필요하게 됨은 사실이다. 이런 과정이 성가시다고 환자나 의사가 모두 쉽고 빠른 방법의 이뽑기를 선택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뽑기가 가장 선행되어지는 치료방법이 돼서는 안되며 모든 최선을 다한 후의 최종적인 치료수단으로 선택되어져야 한다. 옛날에는 이를 아프지 않게 뽑는 의사가 명의란 소리를 듣기도 했지만 지금은 치료과정이 좀 힘들더라도 치아를 뽑지 않고 오래 보존해주는 치과의사가 좋은 의사로 생각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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