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시론]이충국(본지집필위원) 또 한해를 지나면서

  • 등록 2003.12.2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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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사를 전공하는 어떤 교수의 ‘광우병에 걸리지 않는 복제소’에 관한 시평을 얼마전 어느 일간지에서 의미있게 읽었다.
그는 광우병에 걸리지 않는 소를 복제한 연구결과에 대하여 연구자에게 한없는 찬사를 보낸다.
그러나 동시에 과학사를 전공하는 교수답게 이 연구결과가 광우병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처방이냐에 대해 되묻는다.


프리온 단백질을 만들어 내지 않도록 소의 유전자를 조작하는 것이 과연 광우병 대책에 바람직한 것인가? 다시 말해 과학기술적인 조작에 의존하는 것이 광우병 해결의 최선책이냐 하는 것이다.
광우병은 소한테 소를 먹인 결과로 발생한다고 추정할 때 소에게 소를 먹이지 않을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야말로 최선의 대책이 돼야하는 것 아니겠느냐 하는 주장이다.
실제로 그와 같은 환경을 구축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는한다.
왜냐하면 적은 비용으로 하루라도 빨리 몸집을 불려서 팔기위한 나의 욕심을 포기해야만 그 다음의 행동이 이어질 수 있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1980년 봄의 일이다. 필자는 그때 파리 6대학의 구강악안면외과 연구소에 연수차 파리에 머물고 있었다. 잘 들리지 않는 TV 화면에 연일 학생들의 데모 장면들이 비춰진다.
프랑스서 친구에게 물어보니 불란서 학생들의 주장은 외국 학생들에게도 그 교육비를 프랑스 학생들에게와 똑같이 국가에서 부담하라는 것이란다. 국가가 국가재정을 이유로 외국에서 유학 오는 학생들에게는 본인에게 교육비를 부담시키겠다는 법을 제정하고자 하는 것은 잘못된 발상이라는 주장이었다.


그 이유는 이와 같은 계산상의 행정이 극히 합리적인 듯하지만, 이런 식으로 국가가 대학에 관여하기 시작하면 결국은 대학의 자유가 제한받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당시 그들은 당장의 국가 재정상 이익보다 오히려 대학이 추구해야할 그것에 절대가치를 두었다고 생각한다.
2004년의 시작이 몇 날 남지 않았다.
지나가는 2003년의 나날들에 있었던 일들과 그것들을 바라본 나와 우리들의 생각과 행동들을 날짜 지난 수첩을 들추며 되돌아 본다.


2004년에도 나와 우리가 선택해야할 많은 일들이 벌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 일들에 대한 나와 우리들의 생각의 방향을 어떻게 설정하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나와 우리들의 삶의 내용이 그대로 채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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