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시론]조세열(본지집필위원)양심적, 상술적 진료

  • 등록 2004.01.2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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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상술적 진료


특검과 국회의원들의 법적 처리문제가 온통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요즈음, 불법선거자금 차떼기 전달 보도를 접하면서 그 수단의 기발함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이후 계속되는 정·재계의 불법자금 수수에 대한 검찰의 법집행을 둘러싼 시시비비를 지켜보면서 참으로 오랜만에 정의의 칼을 뽑아든 검찰의 힘겨운 홀로서기에 박수를 보내면서 정치계만이 아닌 우리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올바른 삶과 가치에 대한 좋은 성찰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며칠전 차가운 겨울 날씨 탓으로 아침 출근길, 여러 차례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차의 시동이 걸리지 않아 정비업소에 연락, 가까스로 출근시간을 맞출 수 있었다.
그날 진료를 끝내고 퇴근길, 잠깐이긴 하지만 FM 라디오방송을 피로회복재 삼아 즐겨 듣던 터라 습관대로 스위치를 켰으나 작동이 안된다. 기계속엔 워낙 무지한 탓에 고장으로 알고 집 근처의 카센터를 찾았다. 상냥한 직원의 환대를 받으며 고장 수리를 의뢰했는데, 내부를 이리저리 살펴본 선량하게 생긴 기사 왈, 수리가 불가능하므로 부품을 통째로 교체를 해야 한단다.


적잖은 수리비도 그렇고 하여 다음으로 미루고 다른 정비업소에 문의 결과, 자기네는 오디오 수리가 전문이 아니므로 전문점을 소개해 준단다. 좀 번거롭긴 해도 정확한 수리를 원했으므로 가깝지 않은 거리이긴 했지만 이동키로 결정, 전문점 담당기사의 검사를 받은 바, 특별한 고장이 아니고 배터리 방전 후 오디오 작동 컴퓨터 입력 고유번호가 지워진 것이 원인이라며 번호입력 방법을 자세히 설명해주어 따라 해보니 곧 작동 되는게 아닌가!


그러고 보니 지난 여름 방학, 격렬한 항의 전화 후 거친 숨을 몰아쉬며 찾아왔던 환자 보호자와의 불쾌했던 사연이 생각난다. 사연인 즉, 초등학교 적부터 본의원에 다니고 있는 중학교 3학년 학생의 진료 때문이다. 여름방학이 끝나갈 무렵, 학생 아버지의 직장이동으로 서울로 이사 가게 됐다며 이사 가기 전에 학생의 구강상태를 점검 받고자 내원한 것이다. 기존 레진 충전물 등을 점검하고 소구치 부위의 초기 우식 직전의 치아에 대한 구강교육과 시간부족으로 근관 치료 종료 후 금관 재작을 하지 못한 제1대구치의 수복은 이사 후 가까운 치과에서 치료 받으라는 당부를 하고 보냈었다.

서울 이사 후, 보호자와 함께 인근 치과를 방문한 학생을 검진한 초진 치과의사는 금 인레이가 아닌 레진과 같은 저급한 재료로 치료를 받았으며 왜 이렇게 늦게 왔느냐며(학생은 정기적 진료를 해왔음) 수백만원의 예상 치료비 내역서를 주더란다.


며칠 후, 제3의 치과를 방문,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누가 정말 옳은 얘기를 하는지 반신반의 하면서 제3의 치과를 방문한 보호자는 엄정한 심판을 호소 했었나보다. 다행히 억울한 누명을 벗을 수 있게 한 판결이었던지 그간의 불편한 심기 표출에 대한 보호자의 정중한 사과 전화를 받고서야 끓었던 가슴을 진정 시킬 수 있었다.


사람의 마음이란게 자동차 부속품 수리를 놓고도 진위 여부에 촉각을 세우기 쉽상인데, 하물며 사랑하는 자식의 신체의 중요한 장기에 관한 고민이었으니 부모 마음이 얼마나 고민스럽고 혼란스러웠을지 쉽게 짐작이 간다.


그래서 얼마전 광주에 계시는 박종수 감사님께서, 치과의사의 치료행위는 이윤 추구만을 목표로 하는 상품 판매 행위와는 분명 달라야 하며, 자칫 휩쓸리기 쉬운 황금만능과 물신 숭배를 경계해야만 치과의사의 장사꾼으로 전락을 막을 수 있는 치과의사 윤리 규정에 관한, 뜻있는 제안을 하셨을까?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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