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시론]김민형(본지집필위원)치과의사의 사회적 역할

  • 등록 2004.02.2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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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해전 의료대란이 있었다. 의약분업은 환자에게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시간적 불편을 요구하는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의사들의 반대는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했다. 의료계가 그간의 사회적 이슈에 대해 의사 표현이나 활동을 한 적이 없음을 그들이 지지하지 않은 이유 중에 하나로 지적했다. 진료를 통해 얻어진 부로 여유롭게 생활하는 것은 사회적 질시의 원인이 되고, 의약분업 반대가 기득권 보호의 모습으로만 비춰졌던 것은 충격적인 일이었다.


변혁하고 있는 사회에 아무런 지표를 제시하지도 않으면서 개인의 멋진(?) 생활 속에 안주하는 우리의 졸부적 모습은 불신감을 넘어 국민들에게 허탈감을 주었을지도 모른다. ‘부루투스 너마져도…’ 하고 죽어간 시이저의 마음이 의료대란 때 국민이 느낀 감정이라면 과장된 표현일까?


그런데 의료인만큼 사회봉사활동을 많이 하는 직업군도 없다. 무의촌 진료에서 고아원, 양로원, 이제는 외국에까지 의료봉사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신의 대상이 돼 있음은 억울하기 조차하다.


오늘 우리 사회의 모습은 지식인이 그의 사회적 역할을 무시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지식인은 이 사회에 건실한 가치관을 부여하고 이끌어나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가진 지식을 자신과 자신의 가족의 안위를 위해서만 이용하고 있는 면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 지식인이자 가장 존경할 만한 집단인 의료인에게 사회가 사회적 이슈에 대해 참여를 갈망하고 요구하고 있는 것은 당연하면서도 오히려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교육문제를 의료인의 사회적 역할의 한 분야로서 제시하고자 한다. 의료인이 국민의 건강을 지킨다면 교육자는 미래를 이끌어나갈 후손들을 책임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교육현실은 지금의 사회문제의 한 원인을 제공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암담한 미래를 예견하게 할 뿐이다.


최근 본인은 대전지역의 교육에 관련된 문제에 관심을 갖으면서, 교육의 문제는 교육계에만 맡길 수 없는 문제임을 절실히 느꼈다. 그 동안 교육계에만 맡겼던 자신의 무관심에 자식과 사회에 미안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단위학교마다 운영위원회라는 좋은 제도가 구성돼 있다. 운영위원회는 학부모와 지역인사가 참여해 학교의 제반 운영에 관한 사항을 의결하는 기구이다. 그 위원들이 말썽 많은 교육감을 선출한다. 그러나 제도의 효과를 제대로 발휘할 수 없는 것은 교육계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참여해야 할 사회적 부류의 무관심에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관점에서 오늘날의 교육의 제반문제는 소위 지식인들이 지식인으로써의 사회적 역할을 포기함으로써 증폭됐다고 생각한다.


주위에 많은 동료들이 자녀들을 조기유학 시키고 있다. 지금의 우리의 교육여건에서는 오히려 조기유학을 간 자녀들에 조국의 희망이 있다고 말하고 싶다. 그러나 자신의 자녀들을 위해 교육에 투자하는 것, 그래서 그 아이가 우리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재목으로 자라나는 것만으로 우리의 사회적 역할을 다 했다고 볼 수는 없다. 사회가 치과의사에게 부여한 사회적 지위가 바로 쓰여질 때 그 가치가 있으며 확고해진다. 우리가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사회가 나아가야 할 모습의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교육의 미래는 어쩌면 치과의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설 때 보다 더 희망적일 것이다.


마침 3월이면 초, 중 고등학교의 새학년이 시작된다. 그리고 각 학교에서는 운영위원회를 다시 구성한다. 단위학교의 운영위원에 치과의사들이 학부모로써, 지역인사로써 참여하기를 권고하고 싶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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