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예방및피해구제에관한법률 제정 논의가 지속됨에 따라 구체적으로 논의되는 법안의 주요내용에 대하여 검토하기로 하고, 이하에서는 의료분쟁 시 필요적 조정전치주의와 의료사고피해구제위원회에 관한 쟁점을 검토하기로 한다. 의료분쟁을 자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객관적 제3자가 구성될 토대가 충분하지 않았으며, 의료인단체들도 환자와 의사측의 조정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는 못하였었다. 따라서 분쟁조정을 담당할 객관적 제3자를 구성하는 것은 사실상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물론 단순한 단체를 구성하는 것이 어려운 것은 아니고 전문성과 공정성을 모두 담보할 수 있어서 실질적으로 기능하는 단체를 구성하는 것이 지난하다는 의미이다).
의료분쟁이 발생하였을 때 객관적 제3자(법률안에서는 의료사고피해구제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하여 조정절차를 의무적으로 거치게 하고, 이러한 조정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바로 소송을 제기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의료분쟁의 필요적 조정전치주의라고 할 수 있다.
조정제도는 판결과 달리 절차보장이 충분하지 않고 대립하는 양 당사자의 수용을 전제로 재판상 화해 등의 효력을 가지는 것에 불과할 뿐이어서, 조정결정을 당사자들에게 강요할 수는 없다. 따라서 필요적 조정전치주의를 도입할 경우 환자 측으로서는 반드시 조정절차를 경유하여야만 하므로 조정결정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신속한 재판을 받을 수 없다는 점에서 재판받을 권리를 제한한다는 문제가 있을 수 있으며, 의사 측으로서도 사안에 따라서는 자칫 분쟁의 장기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추상적인 수준의 장단점을 논의하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오히려 객관적 제3자가 조정절차를 얼마나 적절하고 신속하며 공정하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임의적 조정전치주의는 굳이 조정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소송 제기가 가능하게 하여 환자 측이 조정절차 혹은 소송절차를 선택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객관적 제3자가 조정절차를 여하이 운영하느냐에 따라서 환자 혹은 의사 측이 절차선택을 두고 역선택이 발생할 수 있고, 조정절차 혹은 재판절차의 일방의 효용을 저하시키는 문제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임의적 조정전치주의의 경우 환자 측이 조정신청과 소송 제기를 동시에 제기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정을 두지 않을 경우 두 가지 절차를 모두 활용하여 사회적 비용이 증대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바, 이에 대한 고려가 필요할 것이다.
의협은 종래 필요적 조정전치주의를 도입하여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으며, 의료사고관련 환자단체에서는 임의적 조정전치주의를 도입하자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필요적 조정전치주의를 도입하여 적절하게 운영될 경우 의료사고 피해자의 권리를 신속하게 구제될 수 있으며 안정적인 진료환경을 조성하며 의료분쟁에 따르는 시간적·경제적 비용을 최소화된다는 점에서 고려할 가치가 있다고 하겠다.
필요적 조정전치주의든지 임의적 조정전치주의든지 조정절차를 담당하는 객관적 제3자의 역할에 따라 그다지 큰 차이가 없을 수도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다만, 조정절차를 담당할 객관적 제3자가 적절히 구성되고 객관적 제3자가 적정하고 공정하며 신속하고 경제적으로 의료분쟁을 해결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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