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의 원장 이야기 치과역사(49]나기라 다쓰미(柳樂達見)의 수난과 히로타 세이이찌(弘田精一)의 죽음

2005.08.25 00:00:00

1945년 11월 초 히로타 세이이찌(弘田精一) 교수의 집에 강도가 들었다. 히로타 세이이찌가 어떤 소리에 잠이 깨어 2층 계단 아래 다다미방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누군가 손을 들라고 하는 말에 아무런 저항 없이 양손을 들었다. 손을 든 히로타 세이이찌 등을 누군가 예리한 나이프로 찔러 죽게 만들었던 것이었다. 아주 유감스런 일이었지만 일본인 경찰도 모두 귀국했기 때문에 경찰이 완전히 없는 상태였다.


히로타 세이이찌가 죽은 다음날이었다. 요시노쵸(吉野町) 2-105번지 나기라 다쓰미(柳樂達見)는 집에서 저녁을 먹고 응접실에서 잡담을 하고 있었다. 아내의 양친이 피난해 와 있었기 때문에 아내는 건너편 야마모토(山本) 집에 놀러가고 장남 타츠오(達雄)는 응접실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나기라 다쓰미는 2녀, 3녀, 5녀 세 딸과 내가 이야기 하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 “무슨 소리가 났다”고 하는 순간 안쪽 현관에 있던 수화기(受話器)를 들고 6인조 강도가 들어왔다. 당시 소학교 6년인 5녀 토키꼬(登貴子)의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전화기를 보고 강도가 “이것은 뭔가?”라고 묻자, 5녀는 “전화기예요.”라고 대답했다. 나기라 다쓰미는 마침 6인조 강도가 서 있는 정면에 있었던 기둥에 기대어 있었다.


“자네들은 강도인가? 앞집에 미군헌병 2사람이 숙박하고 있고, 맞은편에 MP가 있네. 자네가 원하는 것이 있다면 뭐든지 줄 테니 가지고 가게.”라고 나기라 다쓰미가 말하자, “그러면 방으로 안내하라.”고 나기라 다쓰미를 앞세우면서 나기라 다쓰미의 등에 나이프 끝을 대었다.
“자네 위험한 짓 하지 말게.”라고 말하며 8조-6조 2칸으로 연결된 방으로 들어갔다. 가까운 선반 위에 지갑 2개와 시계 2개가 놓여져 있었는데 그들에게 빼앗겼다. 그때 이미 집안 물건은 등산용 배낭에 넣어 졌고, 2층 구석 벽장 속에 넣고 못질한 상태였다.
그들은 지갑 2개와 시계 2개를 빼앗고 다시 응접실로 내려왔다. 앉아있는 5녀를 일으켜 세워, 방석을 뒤집어 보고, 신전에 있던 촛대 등의 밑도 보고 현금을 숨겨놓지 않았을까 살펴보았으나 아무것도 없자 돌아갔다.


다행히 지갑 하나는 밤에 내어놓아 강도가 오면 가져가게 할 셈이었고, 다른 하나는 약간의 돈밖에 들어있지 않았기 때문에 피해는 아주 적었다. 아내도 타츠오도 강도가 들어온 것을 완전히 몰랐다. 그러나 등에 칼을 들이대고 있을 때는 그다지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나기라 다쓰미는 바로 전화를 연결하여 “지금 나기라 다쓰미의 집에 강도가 들어왔으니 학교를 충분히 경계하라고 전화했다.”
예측대로 학교에도 3명 정도가 왔지만 학교에는 학생 여러 명이 배치하고 있었기 때문에 학생이 야구방망이를 가지고 휘둘러 쫓아 보냈다.
그날 밤 각처에서 양철통을 치며 “강도다. 강도다.”라고 외치고 다녀서 자못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나기라 다쓰미가 연회에 자주 갔었던 기라쿠(幾羅具) 요정은 미군 헌병 사령관과 그 외 다른 장교의 숙소로 쓰이고 있었고, 그 문 옆에 기라쿠의 가족이 있어서 다음날 전화해서 가족 모두 기라쿠 집에 묵도록 이사했다. 이렇게 함으로써 한숨 돌리게 되었는데, 종전 후의 경성시내는 경찰이 전혀 없는 무방비 상태였다.
출처: 한국근대치의학교육사(출판: 참윤퍼블리싱)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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