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시론]허리케인과 미국/김홍석

2005.09.12 00:00:00

대자연의 위력을 다시금 실감하게 하는 재앙이었다. 헐리우드 영화에나 등장할 법한 아비규환이 벌어진 미국의 뉴올리언스는 가장 피해가 심한 지역의 하나였다. 사상자는 수천에서 만명이 넘을 것이라는 보도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긴 수상교인 코즈웨이 대교가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습격으로 붕괴된 것으로 확인됐다.


허리케인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침수된 도로와 빌딩 등 도시로서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한 채 혼란만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해진다. 허리케인으로 인한 엄청난 인적, 경제적 피해와 그리고 그로인한 유가 폭등은 세계경제에 어두운 그늘을 드리우게 하였다.


그러나 문제가 심각한 것은 자연재해 뿐만이 아니라 그 이후에 일어나고 있는 인재(人災)다. 재즈의 고향으로 불리우는 뉴올리언스 지역은 거주민의 67%가 흑인으로 빈민가를 형성하고 있다고 한다. NBC의 생방송 프로에서 유명 흑인 래퍼는 부시는 흑인을 돌보지 않는다고 불만을 나타냈고, 고립된 흑인들도 만약 부유한 백인들이 사는 도시에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연방정부의 대응이 이렇게 늦어질 수 있겠는가라고 분노를 표출했다. 뿌리깊은 인종차별 문제와 대물림되는 교육수준과 거기서 얻게 되는 경제계층의 수직이동이 힘들고 고착화되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사건이다. 더구나 언론들도 부시 행정부의 수재 대처 방식과 처신이 인종문제를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치안유지를 위하여 군대가 투입되었지만 약탈과 총성 등이 난무한 가운데 신변의 위험을 느끼면서까지 구조활동을 하고 있다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사태는 일종의 미국의 업보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국제관계에서 초강대국 미국의 ‘일방주의"는 부시집권 이후 막강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자국의 이익만을 실현하려고 함으로써 이라크에서 만이 아니라 미국에 적대적인 테러리스트들에게 폭력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아이러니를 낳았다. 또한 군수업체의 로비문제가 끊이지 않던 부시는 총기규제를 등안 시 하였으므로 공권력의 공백이 생길 경우, 총격전은 이미 예견된 시나리오와 같은 것이다. 그러한 치안부재의 상황이 언제라도 생길지 모르는 불안 속에서 각자가 자위의 수단으로 또 총기를 소유하여 자신과 가족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내려 할 수 있겠다는 추론도 가능할 일이다.


다민족 국가이면서도 기회의 땅이자 자본주의의 상징인 미국의 고상한 가치와 도덕성은 허리케인으로 인해 국가 공권력이 기능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가장 원시적이고 야만적으로 둔갑해 버렸다. 선진국이자 부러움의 대상이 된 국가가 제3세계의 국가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사태를 겪고 있는 셈이다.


허리케인이 불은 지폈지만, 잠재되어 있는 갈등의 화약고가 비단 미국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계층의 양극화가 더욱 첨예화 될수록 사회의 안정성도 위협받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는 같은 혈족의 단일민족임에도 불구하고 피부색과는 다르게 흑인과 백인으로 살고 있지는 않은지 새삼 되짚어보아야 할 때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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