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시론]조선경/아줌마

2005.09.19 00:00:00


조선경 <본지 집필위원>


최근에 한국의 출산율이 세계에서 가장 낮다는 뉴스가 보도된 후 정부에서는 출산을 장려하는 정책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낙태에 의한 태아의 사망률이 신생아 출산율에 버금간다는 소식이 보도되고 결혼은 하지만 아이를 낳지 않는 딩크족이 있는가 하면 불임으로 시험관 수술까지 감수하는 부부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예전에는 둘만 낳아 잘 기르자, 둘도 많다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며 인구과잉을 걱정하였지만 지금은 아이 셋 낳는 것이 애국이라며 출산을 독려하니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사람들의 근시안적인 안목이 한심스럽기만 하다.


요즈음 아이가 한 둘 있는 가정이 대부분이지만 나 어렸을 때는 좁은 집에 콩나물같이 많은 형제 때문에 모두 힘들게 살았던 것 같다. 개중에는 7공주집도 있었고 아들을 낳아보겠다고 9자매를 낳고서 겨우 아들을 낳은 집도 있던걸 보면 아들에 대한 바람이 아이를 많이 낳게 한 요인중에 하나가 아닌가 싶다.


나는 아들을 간절히 원했던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리고 셋째 딸로 태어났다. 엄마는 나를 낳으시고 서럽게 울며 내일 당장 아들을 낳는다면 어떤 고통도 감수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씀하시곤 한다. 예전에는 많이 섭섭했지만 하도 많이 들은 얘기라 지금은 무덤덤하게 넘어간다. 어려서는 남동생 잘 돌보는 것이 내 주된 일과 중 하나여서 혹시 아이가 없어지기라도 하면 동네를 헤매며 찾아 다니기 일 쑤였다.


엄마는 셋째 딸은 선도 보지 않고 시집 간다고 하시면서 아무 문제없이 잘 자라는 내게 그렇게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남동생에게는 애착이 대단하셨다. 남동생 어려서는 먹는 것, 입는 것 같은 일상적인 것만 신경쓰시더니 조금 자라면서 내게는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가시던 일도 촉각을 곤두세우시며 안타까워 하셨다. 너무 차별하는 것 같아 섭섭하다고 하면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어디 있겠느냐며 자식 모두를 똑같이 사랑하신다고 하셨다. 하지만 시어머니는 막내인 내 남편이 유독 예뻐서 그 아들 하나만 보고 사셨다고 하시는 걸 보면 아들에 대한 애착이 있기는 있나보다.


나는 딸을 낳고 그 다음에 아들을 낳았는데 딸아이 백일 때 시어머니가 남동생을 갖게 해달라고 기도하시는 것을 보고 많이 놀라고 내심 걱정도 되었다. 둘째 낳을 때 내가 처음 한말이 아이의 성별이었던 걸 생각하면 남녀 구별없이 아이만 건강하면 된다던 평소 말이 좀 쑥스럽기만하다.
딸아이 낳았을 때는 하나 더 낳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씀하셨던 시어머님도 아들 낳았을 때 수고했다고 너무 좋아 하시는 걸 보고 내가 시집와서 할 일을 했구나 하는 생각에 약간 뿌듯하기도 했었다.


딸만 있는 친구가 우리 집에 와서 시키지도 않았는데 아들의 기저귀부터 갈아주겠다고 하면 쓴웃음이 절로 난다.
아이들을 키워보니 엄마의 말처럼 아들과 딸 모두 똑같이 사랑스럽고 소중하다. 직장이 있는 엄마가 두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또 부모를 비롯해서 주위사람들의 많은 희생과 인내가 필요하지만 내가 살면서 가장 잘했다고 생각되는 일은 역시 아이를 낳은 일이다. 그 아이들은 나의 미래이기도 하지만 우리 모두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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