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시론/김호영]현실(現實)

2006.02.20 00:00:00

우리가 흔히 ‘로마제국’으로 알고 있는 로마는 아우구스투스 이전에는 공화정의 나라였다.
매년 집정관을 선출했고, 원로원과 민회가 있었으며, 민회에서 선출하는 호민관이란 제도가 있었다. 그 시대의 정치인들 역시 권력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을 했고, 여론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온갖 술수를 썼으며, 심지어는 군사 쿠데타까지도 존재했었다.


고대로마나 현대나 인간이 보여주는 정치적 행태는 거의 유사하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우리는 역사책을 통해 마치 그 시대를 내려다보면서 조감하듯 재미있게 역사를 즐길 수 있다. 그래서 ‘역사는 최고의 오락’이라 했던가?
줄리어스 시저(Julius Caesar)가 남긴 말 중에 이런 말이 있다.
‘누구나 모든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가 보고 싶은 현실밖에 보지 못한다.’


어떤 명분으로 만들어진 법이나, 제도가 제정되던 당시의 명분이나 여론이 호응과는 별개로 발생되는 결과가 정작 누구에게 이득이 되었는지, 궁극적으로는 누구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는가를 깨닫게 되는 데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
사회적 파장을 몰고 온 누군가의 말이나 행동이 초래하는 결과 역시 전혀 의도하지 않은 쪽으로 가는 것을 우리는 자주 보게 된다.


몇 해 전에 어떤 보수 언론인은 대통령 탄핵을 주장했다. 그런데 정말 탄핵이 되는 일이 벌어졌고 마치 꽉 짜인 TV드라마처럼 총선의 결과가 나타났다. 어떤 보수를 자처하는 사람은 일제지배가 축복이었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고, 어떤 이는 김구 선생을 테러리스트라고 주장하기도 했고, 정 반대로 어떤 이는 6·25를 통일전쟁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만약 천 년의 시간이 흐른 후에 누군가가 대한민국의 역사를 책으로 엮어 사람들에게 재미를 제공하게 된다면 어떻게 해석을 할 수 있을까?


결과를 놓고 의도를 유추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조심스런 예측을 하게 된다.
인성교육을 명분으로 내세웠던 교육제도 개편의 의도는 부유층 자녀들이 대학가기 쉬운 환경을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는 식의 유추가 가능할 것이고, 보수를 자처했던 사람들은 실상 정부여당의 사주를 받아 일반 국민들이 혐오할 만한 주장을 했던 것이 아닐까 라는 추론이 가능할 수 있지 않을까? 정반대로 좌파였다고 생각했던 인물의 과격한 발언이 보수 세력의 사주를 받은 행동이었다는 추론도 가능하지 않을까?


약 이천 백년 전, 고대 로마 사람들 대부분은 원로원 정치인들의 기만적인 정책에 일희일비 했었다. 그들이 제정한 법의 명분은 그럴 듯 했으나 궁극적으론 원로원 자신들의 부를 축적하기 위한 것들도 많이 있었다. 겉으로는 시민들을 위하는 척 하였으나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이 있었다. 그런데도 시민들은 그런 정치에 휘말려 몰려다녔고 패거리를 나눠 싸우기도 했고, 쿠데타군에 참여해서 같은 로마인과 전투를 벌이는 일도 있었다.


‘누구나 모든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가 보고 싶은 현실밖에 보지 못한다.’ 줄리어스 시저는 현실을 볼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오늘날 우리가 처한 현실은 어떨까? 우리는 과연 모든 현실을 보고 있는 것일까? 믿고 싶은 현실만 보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믿으라고 강요받는 현실이 따로 있는 것일까?
결국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은 독소 조항을 너무 많이 남긴 채 통과가 되었다.
세월이 흐르면 결과를 볼 수 있을 것이고, 숨은 의도를 알게 될지도 모른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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