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시론/이안희]쉽게 흥분하는 사회

2006.03.13 00:00:00

 


얼마전 방영된 인기드라마에서 자신의 아내가 불치의 병에 걸린 것을 확인하고, 환자의 보호자가 O&C수술을 마친 의사의 멱살을 잡고 흔드는 장면을 보았다. 심한 거부감이 들었다.


그런데 최근 한 드라마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보게 되었다. 실제로 그런 상황이 있을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지만, 주인공의 격앙된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그런 유치하고 거부감나는 장면을 쓰고 내보내는 작가나 방송사의 구태의연함에 매우 한심하고 착잡한 맘이 들었다.
뿐만 아니라,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졌다는 이유로 상대방을 찾아가 폭행을 가하거나, 웹상에서는 서로 보지 못한다는 이유로 입에 담지 못할 비방이나 댓글도 서슴지 않는다.


화는 화를 부른다는 말이 있다. 요즈음 서점에 가보면 마음을 다스리는 교양서적이나 영성서들이 넘쳐난다. 그것은 그만큼 우리자신도 자신의 마음을 다스릴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말인듯 싶다. 그런데 왜 그렇게 우리는 자기 자신에게, 가족에게, 이웃에게, 전혀 관련이 없는 사람에게, 이 사회에, 그리고 이 체제에 그렇게 화를 많이 품고 살까? 행여나 남이 자신에게 해를 끼칠까봐, 손해를 볼까봐, 신경이 곤두서 있고 그로인한 과잉반응이 나온다. 모두가 여유가 없다. 가벼운 접촉사고가 났을 때도, 가해자든 피해자든 십중팔구는 얼굴에 잔뜩 인상을 쓰고 밖으로 나온다. 조금이라도 미리 자신의 입지를 선점해 놓기 위해서다. 참으로 피곤한 사회다.


그 드라마에선 의사들이 친절하게 받아주고 술까지 사주는 장면이 이어졌지만, 실제 그런 일이 있었다면 그 환자는 어떤 대접을 받았을까? 환자가 병에 걸린 것이 의사의 책임일 수 없고, 또 자신을 찾아온 환자를 돌보는 데 있어서 최선을 다하지 않을 의사가 어디에 있겠는가? 그런 일은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될 일이지만, 어쨌든 그 환자는 그후 썰렁한 푸대접을 받게 되지 않았을까? 그 보호자는 결국 순간의 자신의 감정적인 행동을 심히 후회하게 되었을 것이다.


사실 목적을 가지고 의식적으로 화를 내어야만 할 경우를 빼고, 화를 내거나 상대와 부딪히는 것은 문제 해결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사태가 악화되거나 보지 않을 손해를 보거나, 평판이 나빠지거나, 스스로의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


상대의 잘잘못을 떠나 진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 늘 오히려 화를 참지 못한 자기 자신이다. 화를 내는 일은 자신의 감정의 가장 유치한 형태의 배설행위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꼭 화를 내어야 하는 상황에서 화를 내지 않고 상대를 이해해주거나 편하게 해 주었을 때 얻게 되는 결과는 상상보다 크다. 자기 자신에 대한 만족감도 물론 이지만, 때로는 상대를 감화시켜 자신의 심복을 만드는 행운이 생길 수도 있다. 몇 해동안 전미 베스트셀러였던 윌리엄 베넷의 ‘미덕에 관한 이야기들’에서는 10가지의 덕목중 가장 으뜸으로 꼽는 것이 ‘자제’이고, 사회를 멸망시키는 것은 정치나 경제가 아닌 도덕적 덕목의 부재라고 했다.


당나라때 누사덕이라는 재상이 있었는데, 부임인사를 온 지방장관에 임명된 동생에게 들려준 말이있다. “참을 인(忍)자를 가슴에 깊이 새겨두고 일하거라. 감정에 치우쳐서 일을 거슬려서는 안된다.” 그러자 동생은 “남이 제 얼굴에 침을 뱉어도 그냥 닦으라는 말씀이시지요”라고 고개를 끄덕이자, “그것만으로는 모자란다. 침을 닦으면 상대방의 화를 부채질하는 격이 된다. 그냥 내버려 두어야한다.”고 했다. 이것이 타면자건(唾面自乾)의 유래이다. 어찌보면 극단적인 처세술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그런 마음가짐으로 처세를 하면 크게 후회할 일은 만들지 않을 것 같다.


‘물은 답을 알고 있다’라는 에모토 마사루 박사의 저서에서 물에게 긍정적이고 좋은 말을 하면 입자가 예쁜 육각형을 보이고 부정적인 말을 하면 보기흉한 모습으로 변하는 것을 소개한 상당히 충격적인 사진을 본 적이 있다. 그렇다면, 부정적인 말로 화를 낼 때 거의 물로 이루어진 우리들의 몸은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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