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시론/이준규]웰-다잉(Well-Dying)

2006.06.05 00:00:00

 


이준규 <본지 집필위원>


며칠전 일간지에 난 기사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시립 노원노인종합 복지관의 시니어 죽음 준비학교에 관한 기사였다.
복지관의 담당자는 “어르신들이 삶을 아름답게 마무리할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기획의도를 이야기했다.


최근의 사회적인 화두는 저출산, 고령화인데 급속한 변화를 겪고있는 우리사회의 여러문제중 시급하게 대책을 강구해야할 문제의 하나로 제기 되고 있다.
출산율 1.08명. 세계최저. 지난해 출생자수 43만8000명은 5년전 63만7000명의 출생자수와 비교하였을 때 20만명이 줄어든 엄청나게 빠른 감소 숫자이다.


당연히 출산율의 저하는 고령화사회로 사회구조가 급격하게 바뀌어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65세이상의 노인 인구가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를 넘으면 고령화사회, 14%이상이면 고령사회, 20%이상이면 초고령사회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의 인구는 지난해 4천8백29만7000명으로 이 가운데 65세이상 비율이 9.2%이었다. 2018년에는 고령사회,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예정으로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빠른 고령화가 이뤄지는 사회가 되었다.
고령화사회(7%)에서 고령사회(14%)로 진입하는데 프랑스는 115년, 스웨덴은 85년이 걸렸지만 우리나라는 고작 18년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는 65세이상 노인들이 4백50만명이상 존재하는 사회가 되었다.
성장의 시대에 견인차의 역할을 다한 세대였고, 비교적 높은 교육수준과 문화수준을 갖춘 그들이었으며, 자녀교육에도 대단한 열의를 가진 세대였으며, 모든면에서 철저히 준비하고, 치열하게 살았던 그런세대 였지만, 은퇴후의 생활과 죽음을 맞이하는 훈련은 아마도 부족한 세대라고 추정된다.


세계적으로 죽음을 터부시하고 죽음을 애써 무시하려는 경향때문이기도 하지만, 삶의 마지막 최대 이벤트인 죽음에 대해서는 알고 싶지도 않고, 알려고 하지않는 것이 현실이며,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과 자기자신의 죽음에 전혀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어떻게 보면 자기자신이 이 세상과 사랑하는 주위사람들과 영원히 헤어질 수밖에 없는것이 죽음인데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겠는가.


독일의 철학자 하이데거는 인간을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Seim zum Tode)라고 정의 했는데, 확실히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을 향한 발걸음을 시작하는 것이며, 누구나 가까운 사람의 죽음과 자기자신의 죽음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는 죽음이란 미리 체험하고, 체험을 통해 알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더 삶과 죽음의 의미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야만 하고,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어떻게 맞이해야 할것인가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해야 할것이다.


인생의 근본적인 과제, 삶, 사랑, 죽음에 대한 냉철한 사색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사람이 사랑에 대해 깊이 인식하면 할수록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 또한 한층 깊어질수 있으며, 죽음에 대한 시야가 넓어지면서 삶과 사랑의 의미도 보다 새롭게 받아 들일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죽음을 바라봄으로써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무한하지 않음을 재인식하게 되고, 하루하루를 어떻게 살아야할지 생각하게 될것이다. 이것이 바로 ‘죽음 준비교육’이라 할것이다.
이별이나 죽음과 관련된 감정은 사랑이나 기쁨, 슬픔과 똑같이 인간의 근원적인 감정적 체험이며 죽음을 자연스런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자유스럽게 논의할 수 있는 새로운 죽음의 문화를 만들어 갈 필요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것은 동시에 새로운 삶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기도 하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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