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영태 월요칼럼]마르크스 아우랠리우스 명상록을 회상하며

2006.07.03 00:00:00


내가 고등학교 1학년 때 커다란 느낌으로 받아들였던 글이 바로 마르크스 아우랠리우스 명상록이다. 이 명상록의 일부분을 발췌해서 국어 교과서에 게재하게 된 것이 아마도 당시 대한민국 고등학생들이 이 냉철한 명상록을 만나게 된 연유가 된다.
로마의 황제가 어떻게 철학적이고, 초자연적이며, 인간의 욕심을 초극하는 실존의 모습을 그토록 이성적이고 위대한 글을 우리들에게 내보일 수 있었을까하고 매우 경이로운 마음으로 ‘명상록’을 수없이 읽어간 지난날이 새삼 그리워진다.


‘마르크스 아우랠리우스"는 로마의 황제이자 스토아 철학자였다. 물론 황제이기 때문에 요즈음 말로 직업적인 철학자는 아니었지만 마르크스 아우랠리우스의 명상록은 인간의 사색(思索)과 관조(觀照)를 우리에게 깊은 심연으로 몰아가곤 했다.
알다시피 스토아 철학은 인간의 개인적인 삶과 정치적인 삶을 우주처럼 질서 있게 만들려고 노력했던 헬레니즘 시대의 철학양식이다. 그래서 아우랠리우스 황제는 항상 두 가지 원리를 강조했었다.


두 가지 원리는 나에게 발생하는 그 모든 것은 즉각 우주의 성질에 적합 시키려고 노력한다는 것과 자기억제를 통하여 신(神)과 자연의 법칙에 위배되지 않는 행동을 한다는 매우 자신에게 엄격한 그 무엇이었다. 철저한 윤리적 요구이자 금욕적 요구가 물씬 묻어있는 ‘명상록’이다.
특히 기억나는 한 대목을 음미해보고 싶다.


‘나는 형태적인 요소와 물질적인 요소로 이루어졌는데, 이 두 가지가 무존재로부터 존재하게 된 것은 아니므로, 존재에서 무존재로 사라질 수는 없다. 그렇다면 나의 모든 부분은 변화를 거쳐서 우주의 다른 부분이 되고, 그런 식으로 영원히 계속되리라. 그리고 그런 변화의 결과로 나도 또한 존재하며, 나를 태어나게 한 사람들과 다른 방향으로 영원히 이어지는 사람들도 역시 존재한다. 비록 우주가 한정된 순환에 의해서 다스려진다고해도 우리들이 그 말을 못하게 막을 것은 없다.’ - 참으로 냉철하며 자연의 법칙을 과학적으로 또, 철학적으로 조명하며 자연법칙 원리를 꿰뚫고 있는 것이다.


아우랠리우스 로마 황제는 서기 121년에 태어나서 180년에 사망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59세까지 살았다면 아마도 그 당시로써는 최장수 나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명상록은 하나의 초탈(超脫)과 욕망을 벗어날 수 있는 여운과 암시가 도처에 흐르고 있다.
허튼 욕망으로 스스로를 괴롭히고 살아야 하는 인간의 삶을, 보다 평화롭게 지닐 수 있는 마음의 평정을 가져다주는 아우랠리우스의 명상록이 새삼 생각나는 것 아마도 현실이 너무 피곤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본다.


보다 정신적인 편안함을 추구할 수 있어야 할텐데 수양이 부족한 나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이 삶을 무리하게 질주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가끔은 든다. 치과의사로서 살아본 날들이 꽤나 긴 것 같은데, 지난 4월에 ‘치과의료문화상’을 받은 치협정기총회 단상에서 안성모 대한치과의사협회장이 귀에 나지막한 말로 “진작 받으셔야 했었는데 제가 드리게 돼서…”라고 했던 위로의 말씀이 새삼스럽게 기억이 났다.


그리고 ‘안성모 협회장’에게 깊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된 것은 늦게라도 치과문화상을 수상하도록 기회를 준…부족한 나에게 부여해준 깊은 그분의 통찰력이다. 나는 치과의료문화상 수상이 치과계를 위해서 여력을 다해달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치과의료문화상을 수상한 날 밤, 나는 취침하기 전에 보잘것 없는 나의 존재에 대한 사실적 확인을 위해 ‘아우랠리우스 명상록’을 펴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읽고 확인했던 것이다.
‘나는 형태적인 요소와 물질적인 요소로 이루어졌는데 그 두 가지가 무존재로부터 존재하게된 것은 아니므로 존재에서 무존재로 사라질 수는 없다. 그렇다면, 나의 모든 부분은 변화를 거쳐서 우주의 다른 부분이 될 것이며…’
귀에는 ‘세잘·프랑크’의 ‘생명의 양식(Panis Angelicus)’이란 노래 선율이 평화롭게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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