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영태 월요칼럼]아빠와 딸

2006.07.17 00:00:00


딸을 예뻐하지 않는 아빠는 이 세상에 단 한사람도 없을 것이다.
언제나 마음 한구석에 묵직한 마음으로 나를 짓누르고 있는 것이 ‘딸’이다. 딸이 태어난 날, 추위를 잊고 신이 나서 대학병원 앞에 있는 호프집에 가서 구강외과 레지던트 하던 친구와 함께 거나하게 술을 마셨다. 그리고 그 친구 앞에서 오늘 갓 태어난 딸 자랑이 시작되었다.
그 친구는 총각이었다. 나이는 나보다 한 살이 위였으나 결혼을 하지 않은 총각이었으니 총각한테 갓 태어난 딸 자랑해 보아야 느낌이 전달될리가 없었다. 그러나 술이 취해가면 취해갈수록 더더욱 딸 자랑이 기승을 부렸다.


그 다음날 그 친구가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딸이 예쁘기는 예쁘더라. 그런데 닥터 양은 왜 그렇게 갓 낳은 딸을 보고 사족을 못 쓰냐? 내가 딸의 아버지가 못되어봐서 참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하면서 껄껄 웃자, 나는 대뜸 이렇게 말한 것이 기억난다. “닥터 김, 자네가 결혼해서 딸이 생기면 아마도 하늘 날아가듯 자랑할 것이다. 얼마나 딸이 예쁜지를 말이다.”


그리고서 30여년이 벌써 흘렀다. 거의 하루도 딸을 생각하지 않은 적이 없다. 딸이 미국에서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디자이너를 하고 있으니 대학학부 때부터 떨어져 있는 셈이 되었다. 벌써 딸의 나이가 삼십이 넘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딸을 생각하는 애비의 마음은 딸이 태어난 날 친구와 생맥주를 마시며 예쁜 마음으로 딸을 자랑했던 그때 나의 모습과 똑같기만 하다. 아니 더욱 심화되었으리라. 다른 것이 있다면, 마음 한구석에 지금처럼 건강하고 즐겁게 일하며, 별 고통 없이 잘 살아주었으면 좋겠다고 하는 아빠의 열망이외에는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UCLA에 갈 계기가 있어 미국을 건너가서 두 자녀와 아내를 미국에 남겨두고 홀로 한국에 건너올 때는, 아들이 중1, 딸이 고2 이었으니, 세월이 노도처럼 빨리 지나간 것 같다. 단 한 번도 아빠에게 말대꾸 한번하지 않았던 얌전한 딸 걱정으로 살아온 아빠의 일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항상 딸에게 잘해주려고 노력했던 애비로서 지금도 나는 딸을 생각하면 여전히 어떻게 하면 더 잘해줄 수 있을까 하며 무거운 상념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부모가 이 세상에 없을 때라도 딸이 평안하게 잘살 수 있는 바람이 아빠들의 다소곳한 바람일 것 같은 느낌을 갖는다.


딸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적인 현실이 이렇게도 아빠된 마음에 묵직한 생각을 가져다주는 것은 무엇보다도 딸을 사랑하는 마음이 크다는 것을 반증(反證)하는 것이리라. 딸에게 더 잘해줘야 할텐데 하는 마음의 빚이 점점 무거워지고 커지는 것은 그만큼 모든 아버지들이 딸을 보고 느끼는 것과 유사하리라고 생각해본다. 딸에게 무엇 하나 더 주고 싶은 마음은 대한민국 아버지들이 지니고 있는 딸에 대한 애틋한 정이자 특권이 아니겠는가?


애비된 나는 딸이 중학교 때 ‘소아과 의사’가 되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었다. ‘여자 소아과 의사’가 어쩌면 딸에게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은 생각을 줄 곳 해왔었는데, 나의 생각은 딸의 생각과 전혀 진학코드가 맞아 떨어지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아 딸의 소질은 미술이었는데, 애비는 의학을 원했으니, 소아과 의사가 되라고 말했던 애비의 말을 들었을 때 마다 내 딸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니 괜히 아쉬움 반, 미안함 반이 교차한다.


여태껏 살면서 애비한테 그 흔한 사춘기 반항 한 번도 하지 안했고 눈 한번 똑바로 쳐다본 적도 없었고 오직 아빠 말에 “네”하며 말 잘 듣고 얌전하고, 곱기만 했던 딸이 미대를 가고 싶다니 가라고할 수밖에 없었다. 통상 예능계통을 공부하게 되면 학과 성적은 별로라는 얘기가 있긴 했지만, 딸은 학과성적도 1, 2등 했었고 그래서 의사되기를 기대했었는데…. 모든 것이 부모 뜻대로 자식이 되어주지는 않는다는 옛말이 새삼스럽게 옳았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우리가 항상 사회나 교회에서 교훈적으로, 또는 종교적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라고 말들 하지만, 사랑이라는 말을 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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