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시론]잠시 멈춰서기 / 이안희 본지 집필위원

2006.08.07 00:00:00

사람의 욕심의 끝은 어디일까?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가 도로변이라서 이사를 고려하던 중 원하던 조건(소음,전망)을 만족시키는 아파트를 찾게 되었다. 그런데 그 뒤 나의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면서도 매우 딜럭스한 꽤 욕심나는 아파트의 정보을 접하게 됐다.

 

순간 잠시 갈등이 생겼다. 하지만 이내 그런 아파트에 산다고 해서 마음이 더 편해질까 라는 생각과 설사 그 아파트로 간다 해도 더 좋은 아파트가 생기면 또 그것에 욕심이 생길 것이니 여기서 만족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을 하고나니 처음 결정한 소박한 아파트의 조건들에 오히려 감사하는 마음이 생기고 애정이 생기고 무엇보다 마음이 매우 편해졌다.

 

욕심을 따라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만족은 순간이고 또다시 더 높은 곳을 향하게 되니 불안해지고 마음의 평화는 줄어든다는 말이 맞긴 맞나보다.
신이 우리에게 욕망의 상한선을 정해주었다면 각자의 목표를 향해 열심히 노력을 하며 적어도 끝없이 지나친 욕심은 부리지 않을 터지만, 야속하게도 신은 그 끝을 만들어 놓지 않았다.

 

분명 끝은 없는데, 잡힐 것 같은 끝을 추구하며, 끝없이 나아가다 지치고 죽음을 맞는다.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멈추고 만족하면 그것이 끝이고 그것이 행복인데 그것을 모르고 그저 앞으로만 나가다가 결국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가게 되는 것이다.
부, 명예, 건강, 사랑, 젊음, 미(美) 등등을 향한 인간의 끝없는 욕망은 일상의 평화와 행복을 깨뜨리고, 때로는 자신의 파멸을 가져오고, 어떤 경우 남에게 해를 입히기까지 한다.


성형수술을 수없이 반복하다 인생을 망치거나, 자신의 자리에 만족했으면 영웅이 되었을 텐데 과욕을 부리다 공공의적이 되어버린 정치인, 과도한 투자로 실패를 맞는 사업가도 흔하다.
우리의 건강을 가장 크게 좌우하는 섭식에서도 마찬가지다. 바람직한 섭식의 핵심은 素食과 小食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혀의 달콤함 때문에 당장 눈앞의 음식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다. 조금 부족하다 싶은 때 숟가락을 놓는 것이 가장 좋다는 상식을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실천하지 못해서 위를 혹사시키고 결국 병을 만들어 버리고 만다.


또 사람과의 아름다운 관계를 지속시키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일이다. 넘치는 사랑보다도 절제된 사랑이 모든 관계를 건강하게 유지해준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눈앞의 욕망을 억제하지 못해서 뻔히 내다보이는 결말을 외면하고 어리석음을 저지른다. 한걸음 더 나가고 싶은 바로 그 순간에 한 스텝 뒤로 물러 날 수 있다면, 날마다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는 이 세상의 비극의 반은 줄어 들지 않을까?


산악인 허영호씨의 정상 바로 아래 100m에서 하산해야만 했던 로체샬 등반시의 이야기를 읽고 큰 감명을 받은 적이 있다. 그에게는 눈감고도 갈 수 있는 식은죽먹기의 거리였지만, 정상정복이라는 커다란 욕망과 영웅이 될 수 있는 유혹을 뿌리치고 과감히 실패자가 되는 하산을 택했다.


“나는 정상으로 향하는 마지막 고비를 남겨두고 있었다. 정상까지 올라갈 자신은 있었다. 충분히 올라갈 수 있었다. 그러나 내려오는 것, 그것은 자신이 서지 않았다. 등산이라는 것이 정상에 오르는 순간 끝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산의 정상은 겨우 목표의 절반에 위치한 반환점에 불과한 것을.. " 이라고 그는 당시를 술회했다.


아마도 나 같은 이는 바로 눈앞의 욕심 때문에 기어이 정상에 올라 영영 돌아오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택했을 지도 모른다. 거의 득도의 수준이 아닐 수 없다. 바로 앞의 커다란 유혹이 있더라도 욕심을 접고 과감히 포기하고 돌아설 줄 아는 결단. 그것은 얼마나 어려우면서도 값진 것인가.
넘쳐나게 우리를 유혹하는 것들에 둘러싸여 정신없이 앞과 위만 올려다보고 사는 우리에겐 바로 앞의 유혹 앞에 잠시 멈춰서서 한숨을 돌리고 내가 욕망에 끌려가며 살고 있지 않은가, 나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지는 않은가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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