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영태 월요칼럼]취미 그리고 합창지휘

2006.08.07 00:00:00


사람들의 삶이란 태어날 때부터 임종할 때까지 주어진 호흡을 하고 생각을 가다듬으며 그 생각에 의하여 자기의 독특한 삶의 방법과 목표를 설정하여 한평생을 세월에 밀려가는 것이라고 한다면 그 무엇인가 인생은 좀 아쉽다는 느낌을 갖게 되는 것도 사실일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환경은 점점 더 각박해지고 과거에 많이 보아왔던 이웃들의 다소곳한 인정보다는 오히려 이기적인 모습만이 이곳저곳에서 엿보게 되어 세상이 야속해지고 있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세상이 각박해지고, 정다웠던 이웃들이 인간미를 잃게 된 세상을 못내 섭섭해 했던 한 후배가 하루는 불쑥 나를 찾아와서 이렇게 질문했던 것이 새삼스럽게 기억이 났다.


“형! 나이가 40이 갓 넘다보니 인생이 허무해지고, 주위는 각박하게 사는 사람들만 많게 보이게 되니 어떻게 인생을 좀 재미있게 그리고 좀 의미있게 사는 방법이 없을까요?”라는 질문을 하지 않는가? 그 질문을 받고 나는 약간은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그 철학적(?) 질문을 한 후배는 사업을 곧잘 하는 능력있는 경영자였는데도 불구하고 그 새파랗게 젊은 나이에 벌써 ‘인생의 허무’를 얘기하고 ‘허무를 극복하기 위한 처방’을 찾고 있는 그의 모습에서 나는 한없는 부러움(?)을 느끼기도 했다.


나는 불쑥 그 후배에게 “사업가가 웬 철학자로 변신하려고 그래? 그렇다면 내가 조언을 해 볼까? 인생의 허무를 극복하기 위해서 무슨 무슨 거창한 철학적 답변을 내가 아우에게 해 줄 능력이 없으니 한마디 권고할게… 음악이나 미술을 취미로 한번 해보면 어떨까?”하고 조언 아닌 약간은 힘든 취미생활을 권고하기에 이르렀다.


그 순간 그 후배의 눈이 갑자기 반짝 반짝 빛나더니, “형! 음악은 소질이 없고, 미술은 중학교 때 꽤나 잘한다는 소리를 미술선생님으로부터 들었는데…그럼 미술 한번 시작해 볼까요? 쇠뿔도 당김에 빼라고 했다고, 형! 죄송하지만 미술 배우는 곳 한군데 소개 해 주세요.”하고 갑작스럽게 졸라대는 그 후배의 성화에 매우 놀란 나는 혼자서 내 자신을 곰곰이 되돌아보며 생각해 보았다.
사업을 일찍 시작해서 성공의 길에 들어선 후배가 보다 큰 돈 욕심에 사로잡히지 않고 무엇인가 인생의 허무를 건전하게 극복하려는 그 태도가 내 마음에 무척 들었던 것이다.


그 이후 한 1년이 지난 어느 날 나는 그 후배를 만나서 불쑥 질문을 했다. “아우! 그림 그리는 취미생활 잘 진행되고 있어? 제법 경지에 이르렀겠네?”하고 물으니 “일주일에 한번쯤 미술학원에 나가서 미술을 배우고 있습니다. 할만하긴 한데, 너무 시간을 많이 뺏어가니 취미생활도 하기가 매우 힘들어요. 그러나 일단 화필을 잡으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몰입하게 되니, 이제 사는 것 같은 느낌이 약간 듭니다. 형! 감사합니다”하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취미를 적절한 시기에 갖게 된다는 것이 인생의 길목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구나 하는 느낌을 그 후배로부터 강렬하게 느끼고 난 후 나는 무척 흡족한 생각에 사로 잡혔다. 나는 서둘러서 취미라고 할 수 있는 음악공부를 정규대학에서 하지 못했는데라는 후회스러움이 나를 엄습했다. 결국 그 후배에게 미술로써 ‘취미생활’을 해보라고 권유했던 나는 느지막한 50중반에 음악대학원에 정규 입학하여 합창지휘학을 전공하고 음악석사학위를 받게 되었다.


그리고 몇 년 전에 ‘한국지휘자아카데미’에 입학해서 또 다른 합창지휘자들과 함께 합창지휘를 배우고 긴긴 3년이라는 수학기간도 끝마쳤다. 음악석사도 취득하고 지휘자아카데미까지 수료한 나로서는 요즘 ‘합창지휘’하는 일이 무척이나 내 인생에 있어 즐거운 일과다.


합창은 ‘인간이 지닌 가장 어여쁜 악기’를 조화와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는 작업의 산물이다. 합창지휘는 내 몸이 건강한 한 언제까지도 할 수 있는 나의 영원한 동반자이자, 나와함께 갈 수 있는 다소곳한 정신세계다.
일주일에 두서너 번 연주하는 나의 합창지휘야말로, 내가 오늘 인생을 강렬하게 살고 있다는 확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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