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없는 정책은 발표마라

2006.08.24 00:00:00


최근 정부가 건강보험 등 4대 사회보험의 부과·징수 업무를 국세청 산하기관으로 일원화한다는 발표가 나오자 찬반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는 4대 보험이 1964년부터 1995년까지 차례로 도입되면서 징수근거와 관리조직이 별도로 설치돼 있어 행정력이 낭비되고 있으며 가입자들에게도 불편을 주고 있다고 제도도입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건강보험공단 노조는 이에 대해 시기상조를 외치며 4대 보험의 각기 특수성을 고려치 않고 부과징수하는 것만 강조해 국민적 저항이 일어날 수 있다며 경고하고 나섰다. 국민들도 현재 각기 따로 보험료를 납부할 때는 형편이 어려울 경우 일부 보험료만을 연체했으나 통합 부과할 경우에는 연체시 그 연체료 부담이 커져 가계에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사보노조 측도 납부해야 할 보험료를 한꺼번에 내야 하는 부담 때문에 전체적인 징수율이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반대 주장에도 불구하고 큰 틀에서 보면 정부의 통합방침이 그리 잘못됐다고는 볼 수 없다. 행정의 일원화를 통해 불필요한 행정업무를 줄이고 이에 따른 행정비용도 절감시킬 수 있으며 조직개편을 통해 인력 재배치로 업무의 효율화를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취지로 지난 1998년에 사회보험통합추진기획단이 구성되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미완의 상태로 넘어왔기에 정부가 이번에는 추진해보자고 언론에 발표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번 실패했던 경험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우선 그 당시에도 시기상조를 내세웠던 노조의 주장에 통합 추진을 중단했었다. 그러면 8년이 지난 현재까지 정부는 무엇을 해 온 것인가. 이 적지 않은 시간을 통합에 대한 기초준비작업 조차 하지 않고 방치했다는 것 밖에는 안된다.


통합의 중요성이 있다면 8년 동안 준비를 철저히 해 왔어야 했다. 국민들에게도 납득되고 노조에게도 충분히 납득될 수 있는 제반 여건을 마련해 놨어야 했다. 그러나 정부는 통합추진 발표를 하자마자 노조가 반발하고 나서니까 구체적인 방침이 결정된 것이 아니라 아직 검토하는 단계라며 슬그머니 발을 한발 빼고 있지 않은가.


4대 보험 통합이 역기능으로 다가올지 아니면 순기능으로 다가올지를 충분히 연구한 연후 노조에서 걱정하는 부분에 대한 충분한 대책을 마련해 놓고 있었다면 칼을 빼자마자 도로 집어넣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정부는 정책이나 제도 도입을 발표할 때 우선 예견되는 모든 일을 점검한 후 발표하는 자세를 보였으면 한다. 발표한 후 다시 검토 운운 하면서 시간 벌기 식으로 나가거나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정책이나 제도의 시비를 떠나 정부 태도가 영 바람직스럽지 않은 것 같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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