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수십 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는 미국이나 유럽 문화를 우러러보던 시절이 있었다. 문화가 갖는 무형의 힘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던 시절에 할리우드에서 쏟아져 나오는 영화를 통해 수많은 대중들은 자연스럽게 악한 것과 정의로운 것에 대한 가치를 무비판적으로 세뇌당했었다. 팝의 영향도 대단했다. 필자는 그리 해박한 문화해설가가 아니기에 단지 그냥 즐겼던 평범한 젊은 시절을 그린다면 당시에는 가요보다 팝에 열광했었고 그 노랫말의 저항성을 젊음의 상징인 양 받아들이기도 했다.
이렇듯이 문화가 갖는 힘은 대단하다. 국가나 정권이 요구하는 가치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게 하기도 하고, 반대로 사회를 이루고 있는 기존 가치체계를 뒤엎고 새로운 가치 속에서 새로운 시대를 열기도 한다.
21세기 들어 문화 기류가 바뀌기 시작했다. 미국 유럽만이 문화 강국이던 시대가 서서히 아주 천천히 동양권으로 이동되고 있었다. 1990년대 말부터 일어났던 동양 문화의 바람을 이끈 나라는 바로 우리나라였다. 처음에는 아이돌 댄스그룹들이 열광을 시켰고 이어 드라마에 담긴 한국인의 정서와 문화가 한류로 불리우며 동남아권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제 한류는 K-팝의 이름으로 전세계 언어가 되었다. 수많은 아이돌 댄스그룹들이 전세계인들의 귀를 열기 시작하더니 BTS에 이르러 대폭발하기 시작했다. 전 세계인들이 이제는 한국드라마와 영화, 패션, 요리, 뷰티, 게임,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영역에서 K-Culture의 영향력에 열광하고 있다. K-Culture는 마음으로 스며드는 선한 영향력으로 전 세계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치협은 2010년 이수구 집행부 때 첫 대회를 개최한 이래 매년 안면기형환자들을 위한 기금마련을 위해 ‘스마일RUN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다. 그동안 기금으로 모은 1억6천여만원은 안면기형환자들을 위해 기부됐다고 한다. 지난 9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2022 세계치과의사연맹(FDI) 총회에서는 이런 한국치협의 노력에 ‘FDI 스마일 그랜트’(Smile Grant) 상을 수여함으로서 그 뜻을 기렸다.
필자는 이런 기류가 그저 일회성 시상으로 그치지 않기 바란다. 지속적인 K-덴탈 현상으로 글로벌 사회운동으로 이끌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실 치협은 그동안 많은 사회운동을 펼쳐왔었다. 필자가 공보이사로 재임하던 윤흥렬 집행부 당시 윤흥렬 전 회장은 창의적인 사업으로 덴탈씰 사업을 추진했었다. 치주질환 등 구강질환은 우리나라 국민 80%가 앓고 있는 국민병으로 이를 퇴치하기 위한 기금마련과 국민적 캠페인으로 추진한 것이었다.
이수구 집행부 때 건강한 사회만들기 운동본부를 발족한 것도 치과의사들이 환자진료라는 범주에서 벗어나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일에도 앞장서겠다는 운동취지도 매우 앞선 발상이었으며, 최남섭 집행부 때 ‘우리동네 좋은 치과’ 캠페인도 치과의 사회적 참여에 긍정적인 효과를 주었다. 이들 캠페인이나 운동은 당시 대중매체로부터도 좋은 호응을 얻었다.
이러한 치협 역사를 들쳐내다 보면 여러 집행부에서 참신한 사회 참여 사업을 추진해온 것을 알 수 있듯이 K-덴탈의 역량은 이미 갖춰져 있는 상태다. 단지 어떻게 K-덴탈이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책임감 있게 이어갈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가장 먼저 ‘스마일RUN 페스티벌’부터 전 세계 치과인들에게 영향력을 미쳤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세계 소외된 계층의 안면기형을 고쳐주도록 각 국가별로 이 운동이 전파되었으면 한다. 여기에 FDI와 WHO가 후원하면 각 국가별 영향력은 효과적으로 커져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꿈꾸는 것은 이미 백범선생이 꿈꾸어 온 것과 같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백범선생의 ‘나의 소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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