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계의 새 바람, “구태타파”

  • 등록 2023.05.03 14:5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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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태 칼럼

이제 5월이면 제33대 새로운 협회 집행부가 탄생한다. 지난 3월 선거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매우 의미심장한 선거였다. 그간 구태스런 선거풍토를 단숨에 타파하는, 가히 혁신적인 선거결과였다고 말할 수 있다. 우선 협회장으로 당선된 박태근 새 협회장에 대해 아낌없는 찬사를 보낸다. 3년제 협회장으로서는 무려 24년만에 두 번째 연임 협회장이 되었다는 점에서도 놀랍지만, 지방치대 출신으로서의 한계를 딛고 연임했다는 것은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여서 더욱 놀랄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필자가 더욱 놀라워하는 것은 그동안 동창회 선거로만 치닫던 풍토가 이번에 확 바뀌었다는 점이다. 예전처럼 동창회 간의 이합집산(離合集散)을 통한 투표가 이번에는 잘 먹혀들지 않았던 것으로 보였다. 여전히 동창회 입김은 강했지만 의식있는 회원들이 기대 이상으로 동창회 대표들 간의 모종의 협상을 무시한 것으로 보였다. 회원들은 매번 동창회 대표 몇몇이 결정하고 따르라는 식의 구태스런 선거풍토를 과감하게 깨 버리고, 누가 치과계 리더로서의 자질을 갖추었냐를 직접 판단한 후 자신의 한 표를 던진 것으로 보였다. 그 결과가 박태근 협회장이었다.

 

박태근 신임 협회장은 일단 지방치대 출신이다. 그것이 흠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수도권 치대 출신들이 장악해 온 치과계 풍토에서는 마치 하늘에서 떨어진 혜성같은 존재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어느 누구도 지방치대 출신이 수도권의 쟁쟁한 후보들을 제끼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지난 보궐선거에서도 그러했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더욱 그랬다. 더구나 이번 선거는 박태근 협회장으로서는 두 번째 연임을 노리는 선거였다. 지난 선거가 2년 임기의 반쪽짜리 보궐선거라고 해도 치과계 풍토상 연임을 허락하지 않았기에 당선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었다.

 

더욱이 이번에도 매 선거때마다 킹메이커 역할을 자임해 왔던 특정대학 동문회가 자신들의 세력의 힘을 내뿜으며 3년 전과 같이 3명의 후보를 지지하며 공동전선을 구축하는 모양새였다. 그러나 박태근 협회장은 이들의 연합된 3명의 후보들의 저지를 뚫고 당선됐다. 3년 전 31대 협회장 선거때와 같은 양상이어서 오버랩 되었으나 이번에는 달랐다.

 

승리의 원인 분석은 이미 여러 매체에서 내놓았다. 열세의 국면에서 최근 국회 입법이 코앞에 온 의료인 면허 취소법안에 대해 항거하며 삭발하고 단식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고들 한다. 맞는 분석일 것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덧붙이자면 2년전 보궐선거 이후 특정세력들의 직전 임원들 절반 이상이 집행부에 그대로 남아 박태근 집행부를 안에서 흔들어 댔던 것을 직접 목도한 회원들이 표로서 이들에게 경종을 울린 것으로도 보였다.

 

그러나 필자가 이보다 더 주목한 것은 치과계 저변에서 밀려오는 강력한 새로운 바람이었다. 오로지 동창회 힘만을 믿고 선거판도를 좌지우지해온 세력들의 구태를 타파하는 혁신의 바람이 후보들조차 알아차리지 못한 사이에 저변에서부터 불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리 선배들이 동창회 선거를 주도하고 후배들을 이끌어 간다고 해도 이제 젊은 세대의 의식있는 치과의사들은 과거처럼 무조건 선배들이 권하는 대로 따르지 않고 자신의 한 표를 능동적으로 행사하는 자세로 바뀌어 가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기존 치대출신보다 모교의 공통체 의식이 상대적으로 덜한 치의학대학원 출신 회원들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으리라 본다.

 

이러한 여러 정황을 살펴보면 확연히 이번 선거는 치과계를 새롭게 하는 대변혁의 시발점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는 기대한다. 그동안 끊임없이 주장해 오던 동창회 선거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애절한 기도가 현실에서 기적같이 이뤄진 이번 제33대 협회장 선거를 치과계 모두 기억해야 할 것이다.

 

물론 동창회 간에 후보를 지지하는 것을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 없으나, 문제는 이를 세력화하여 특정 후보를 밀어주고 그 댓가로 집행부 내에 자신들의 세력의 임원들을 대거 투입하여 협회장의 추진력을 방해하고 내홍을 일으키거나 자신들에게 대적(?)해 온 협회장에 대해서는 임기 후에도 끊임없이 고소 고발로 괴롭힌다면 이는 치과계에게 결코 득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새로 출발하는 제33대 집행부는 이렇듯이 회원들의 사고가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점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앞으로는 이러한 탈 동창회 선거바람이 제자리를 잡아갈 수 있도록 선거제도를 철저히 보완하여 집행부가 더 이상 내분으로 동력을 잃는 일이 없도록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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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태 여의도 예치과의원 원장·전 치협 공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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