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치과의사협회는 사회적으로는 최상위 전문가 단체다. 그러나 자의건 타의건 이 최상위 단체도 정부와 국회와의 관계에 있어서는 언제나 ‘을’이다. 최근 정부에서 느닷없이 의대정원을 1천명 늘인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의사단체가 발칵 뒤집혀진 일도 의료인단체가 정부에게는 언제나 ‘을’입장이라는 것을 방증한다.
그러기에 언제나 ‘을’인 의료인단체들은 국회나 정부를 상대로 많은 활동을 한다. 대관업무를 관장하는 부서를 두고 꾸준히 국회나 정부의 관계자들에게 의료계 단체마다의 어려운 점을 설득하고 정책반영을 하도록 부탁하고 또 부탁한다. 이들 의료인 단체들은 각기 여러 상임위원회를 두고 있지만 가장 활발하게 대관업무를 하는 위원회는 아마도 치무(의무)와 보험 법제분야일 것이다. 치과계도 마찬가지다. 치대정원을 붙잡고 있는 것이나 보조의료인력을 확충하는 문제, 최근 법제화되었던 의료인 면허취소법의 완화추진, 10년 전 성과를 올렸던 1인1개소법 개정이나 치과의사의 레이저 치료 허용에 대한 헌재의 승소판결 등은 모두 이들 위원회의 업무들이다.
협회에서 대관업무와 관련있는 위원회의 담당 이사들이나 부회장들은 치과계의 권익을 보호하거나 입법과정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평소에도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바쳐 국회나 세종에 있는 보건복지부, 원주에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을 수시로 방문하여 치과계가 처한 입장들에 대해 지속적으로 설득하고 설명하고 의견을 나누어 온 것으로 알고 있다.
이는 어느 집행부 어느 협회장이 들어선다고 해서 바뀌지 않는다. 인물만 달라질뿐 그동안 협회를 맡고 일해온 모든 집행부에서 공통적으로 해온 일이고 그런 활동들이 모아져 치과계의 권익이 쌓여 왔던 것이다. 이러한 집행부의 활동을 위해서 치과계는 협회장이나 임원들의 일부 활동비를 법적으로 용인된 범주 안에서 제한없이 사용하도록 하고 있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법적으로도 허용된 범위 내에서 사용되는 이 활동비에 대해 시비를 거는 풍토가 생기더니 이젠 아예 고발까지 하는 사태까지 이르게 되었다.
얼마 전 협회의 압수수색 뉴스를 접하고 ‘어쩌다가’ 하는 탄식이 일었다. 기관지 보도에 따르면 압수수색 영장을 보니 “치협 조직 내부의 핵심 인사가 아니면 결코 접근할 수 없는 다수의 내용들이 특정돼 있다”고 했다. 문제는 협회장이 치과계를 위해 활동한 내용들이 협회장의 사적 유용으로 몰고 갔다는 대목에서는 할 말을 잊었다.
치과계 모 신문에서는 지난해 4월 대의원 총회에서 논란이 됐던 협회장의 협회비 황령혐의가 원인제공했다는 식으로 보도됐다. 말인 즉 거기서 누군가가 이를 근거로 수사기관에 제보했다는 것인데 대의원이나 일반 회원들이 집행부 내부의 상세한 내용까지 알기에는 어렵다는 점을 고려할 때 협회에서 일했던 내부자의 소행이 아니고선 일어날 수 없는 일로 보인다.
필자는 정말 치과계를 아끼는 마음으로 당부하고 싶다. 현 집행부가 누군가에게는 반대세력이겠지만 시야를 넓히면 모두 다 치과계를 위해 헌신하는 치과계 인재들이라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물론 그렇다고 사적으로 불법을 자행한 것까지 용인할 수는 없겠지만, 기관지에서 보도한 내용이 사실이라면, 치과계를 위해 활동하는 협회장의 고유권한을 사적 유용이라는 굴레를 씌워 파괴하려는 행위는 결코 정의롭지 않을뿐더러 바람직한 행위도 될 수 없다.
이제 분열된 감정과 행위를 멈추고 과거 선배들을 본받았으면 한다. 불과 십여년 전만 해도 집행부를 견제할 곳은 항상 대의원총회였고, 이 자리에서 집행부 활동에 대해 이견을 내고 격렬하게 다투기는 했지만 첨예한 문제에 대해서는 감사의 감사결과를 믿었고 결과적으로는 과감하게 집행부가 일할 여건을 마련해 주었다. 의견이 달라도 치과계를 위한다는 점에서는 같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발목을 잡다못해 툭하면 수사기관에게 고발하는 것을 자랑으로 삼아서는 안된다. 그것으로 자신들의 욕망을 채울 수는 있겠지만 치과계 전체를 볼 때 삐뚤어진 정의감의 발로일 뿐 결과는 소탐대실이기 때문이다. 필자와 같은 선배의 충고가 고루하게 들릴 수는 있겠지만 치과계를 바라보는 시선은 냉철하다는 점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이번 압수수색은 치과계 외부 세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 내부분열의 결과라는 점에서 더욱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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