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없는 것

  • 등록 2024.04.17 17:5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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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태 칼럼

내년이면 협회 역사가 100주년을 맞이한다. 그러고 보니 올해가 백수(白壽)다. 오랜 역사다. 이제 치과계는 다시 한번 강건하게 용트림할 때다. 지금이라도 그 준비를 차근히 세워나갈 때이기도 하다. 새로운 백년의 미래를 열어가야 하는 이 시점에서 한가하게 사극에서나 봄직한 나이 든 양반 나부랑이처럼 주변 잡다한 일들을 다 간섭하며 웨죽걸음 할 때가 아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각 시도 치과의사회의 총회가 열렸고 이제 치협의 대의원총회만 남겨두고 모두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체적인 시도 총회를 살펴보니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각 시도 치과의사회의 뉴스를 보다보면 언제나 각 지역마다 자신들이 안고 있는 문제들을 함께 논의하고 풀어가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는 모습이기에 항상 존경과 감사하는 마음 뿐이다. 단지 우리 치과계가 지금 어디로 가는 것인지 어디로 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광의의 주제들이 별로 없다는 점에 아쉬움을 나타내는 것이다. 

 

그나마 올해 각 시도치과의사회 총회가 조금 남다른 것은 부산, 대구, 충남 등 국립치의학연구원을 유치하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하는 뜨거운 유치경쟁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이슈적인 안건 말고는 서울 등 일부 치과의사회에서 협회장의 회계처리 문제에 대한 안건이 통과된 것이 또 다른 가장 뜨거운 주제가 아니었나 한다. 

 

이 사안에 대해서는 아직 많은 정보가 없는 필자로서는 달리 논할 입장은 아닌 것 같아 이치대로, 합리적으로 잘 해결되기만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이 사안이 혹여 정치적으로 몰아붙이기식 문제라면 자칫 또 다시 치과계가 불필요한 논쟁과 갈등으로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실제 지난해 10월 내부고발로 협회가 압수수색 당하고 지난 2월 협회장이 기소되는 일까지 벌어지다 보니 협회장의 활동에 많은 지장이 초래될 수밖에 없어 총선 등 치과계를 위해 가장 많은 것을 요구할 수 있는 이 좋은 찬스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쉽게 후보들조차 만나지도 못한 채 발목만 잡혀 있었다면 치과계로서는 얼마나 많은 손실을 입은 결과가 됐겠는지, 우리가 좀 더 현명하게 처신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요즘이다. 

 

우리는 언젠가부터 치과계라는 공동체를 위해 노련한 정치력을 요구하는 시대에 살고 있기에 이러한 정치력을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기회를 잘 활용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러한 정치력을 발휘하기도 전에 내부에서 수장의 발목을 잡고 흔들어 대면 어느 누가 감당해낼 수 있을지 한번쯤 생각해볼 일이다. 

 

만일 정말 문제가 있었다면 어떻게든 안에서 해결했어야 했다. 아시안컵 대회 때 팀 내부 문제를 안에서 풀지 못한 채 경기에 임하다 보니 어처구니없이 4강에서 탈락하지 않았는가. 선수 수준으로 보아 당연히 우승을 확신했던 국민들이 얼마나 허탈했는지 아직도 아쉽기만 한데, 여기서 교훈을 얻지 못하면 앞으로 아무리 기량 넘치는 선수들로 팀을 꾸린다고 해도 결과는 비관적이 될 수 밖에 없다. 치과계도 마찬가지다. 내부 문제를 전례없이 밖으로 끌어내다 보니 진위 여부와 상관없이 치과계 모두가 멈춰서는 꼴이 됐지 않은가. 

 

올해가 우리 치과계가 이 땅에 세워진 지 백수(白壽) 해라고 했다. 최근 10여년 동안 치과계가 내부의 정치적 세력으로 인해 끊임없이 분란이 일어나고 조용할 날이 없었는데 아마도 그 정점이 지난 보궐 집행부 때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그러한 갈등의 굴레가 마무리 되는 시기가 아닌가 하는 개인적인 판단을 해 본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당분간의 홍역은 치러져야 할 것이다.  

 

사실 이번 총회에서 필자가 원했던 것은 치과계의 앞으로 백년을 위한 청사진을 만들기 위한 기구가 필요했을텐데 그런 긴 안목의 안건이 하나쯤 나왔어야했는데 그런 내용이 없었다는 점이었다. 이런 내부적 갈등이 헤드라인으로 꼽혀서야 우리 치과계 미래가 밝겠는지 하는 아쉬움이다. 세계적인 기업도 미래를 위해 꾸준히 탈바꿈하고 있다. 그래야 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에게는 아직 없나 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양영태 여의도 예치과의원 원장·전 치협 공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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