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회비 낼까? vs 말까?

  • 등록 2025.02.26 17: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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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최근 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는 협회비 납부여부에 따른 회원 권리에 대한 차등 제도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현재 협회비 납부율이 52%에 불과하고 이 또한 계속 감소되는 추세이며, 아울러 회비 미납회원에 비해 성실하게 납부하였던 회원이 느껴왔던 불만을 해소하는 것이 주 이유라고 한다. 명분은 십분 이해되고 충분히 공감되는 상황이지만, 현 집행부의 임기가 1년 정도 남은 상황임을 고려할 때 너무 서두르지 말고, 집행부가 바뀌어도 지속될 수 있는 체계적이고 치밀한 준비를 하는 원년으로 삼아야 할 듯하다.

 

어느 조직이나, 회비납부의 문제는 단순히 조직의 운영을 위한 실무의 영역을 넘어 공동체의 존립과 직결된 문제이다. 특히 한 직역을 대표하는 “중앙회”의 역할과 중요성은 어느 단체의 그것과 비교할 수 없을 것이기에, 조직의 구성원이라면 중앙회 활동의 근간이 되는 회비납부는 회원의 기본 의무사항이다. 그러면 왜 이렇게 협회비 납부율이 낮아진 것일까? 상식적으로 회원들은 자신들이 회비를 낸 만큼 그 가치에 합당한 정도로 협회가 무언가 납득할 만한 혜택을 주거나 인정할 만한 업무결과를 내 줄 것을 기대한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이 충분하지 않고, 오히려 화원들의 기대나 이익과는 아무 상관없어 보이는 데에 본인들의 회비가 소진되고 있다고 느낀다면 성실하게 회비를 납부한 회원들이 실망하는 것은 당연하다.

 

실제 오래전부터 치과의사들 간의 법적분쟁은 일상이 되어있는 듯 하고, 그 대상이 주로 협회인 바 넉넉지 않은 협회의 재정상황에 늘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어느 집행부를 막론하고 그 소송의 단골 메뉴 중에는 일반회원들이 진심으로 회비를 내고 싶지 않게 만드는 협회 임원들의 협회비 부정사용이라는 자극적인 이슈도 거의 포함된다. 이러한 이미지에 더하여 미납회원과의 자격이나 혜택에도 실질적인 차이가 없다면 굳이 회비를 내는 사람이 부처님 같은 심성의 소유자이거나 판단력이 좀 떨어지는 이상한 사람일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의 회비 납부는 보다 개인주의적이고 실용적인 신세대들에게는 더욱 용납되지 않을 것이다.

 

이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만만치 않은 상황이지만 어려운 난제라도 문제발생의 원인이 뚜렷한 경우의 해결책은 생각보다 단순할 수 있다. 협회에 대한 불신은 불신을 초래하던 원인을 제거하고 신뢰회복을 위해 노력하면 될 것이고, 납부자의 상대적 박탈감 해소를 위해서는 비납부자가 받을 수 없는 만족할 만한 혜택을 주면 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와 관련하여, 협회의 영향력이 우리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한 미국 치과의사협회(ADA)의 대책은 우리 치협도 참고할 만할 것 같다. ADA의 권한은 치과대학의 설립 및 존폐 문제까지 관장할 정도인데, 이렇게 큰 협회의 권위는 회원의 전폭적인 신뢰와 지지에 기인한다. 어떻게 ADA는 이런 신뢰를 쌓았을까? ADA는 의료계에서 뿐 아니라 정관계와 늘 소통하며, 치과의사의 권익을 위한 제도수립에 큰 성과를 내어 왔고, 아울러 전략적인 대국민 홍보를 통하여 미국민이 치과의사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갖게 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로 매년 발표되는 존경받는 직업 최상위에는 늘 치과의사가 들어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ADA의 능력과 노력이 증명되고 있으니 회원들이 협회를 신뢰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고, 회비 납부율도 높다. 이런 큰 틀에서의 실적 외에도 회원 개개인들의 실질적 편의를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예를 들면 회원들의 다양한 상황(경력, 재정상황 등)을 고려한 보다 정교한 회비 차등화, 현실적인 회비 분납을 허용하며, 회비 납부회원들에게는 알찬 교육 프로그램 및 치과 운영에 필요한 정보와 자료도 제공한다고 한다. 또한, 회원들을 위한 법률 자문 서비스와 재정 상담 서비스를 제공해 회원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협회가 구체적인 도움을 줌으로써 자신들이 협회비를 낸 것이 아깝지 않도록 하니, 회비를 내고 혜택을 받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들 것 같다. 특히 젊은 치과의사들을 위한 멘토링 프로그램과 좋은 조건의 학자금 대출 프로그램까지 운영하며 신규 회원의 적극적인 참여도 유도하고 있다. 물론 우리와 재정상황, 제도 등 여건이 다르긴 하지만 많은 부분은 우리 협회가 한번 참고해 적용해 볼만 하다.

 

여담이지만 많은 회원들이 협회를 불신하는 것에 오해를 좀 풀어드리고자 협회에 대한 필자의 경험을 잠깐 소개한다. 다른 일반회원들과 마찬가지로 과거 필자도 협회의 활동에 큰 관심도 없었고, 인구에 회자되는 협회는 늘 잡음이 끊이지 않는 곳이었다.

 

우연히 보톡스 사건을 계기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협회에서 학술이사로서 협회 업무를 보게 되었고, 막상 들어가서 보니, 치협은 치과의사 직역을 관장하는 “중앙회”로서 외부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다양하고, 복잡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곳이었다. 협회의 업무를 맡고 있는 임원들 역시 대부분 초임이고 개원의에도 불구하고, 생업의 상당 부분을 희생하면서도 주어진 임무완수를 명예로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겠지만 대부분의 임원들은 일주일에 최소 3-4회 이상 업무 차 협회를 들러야 하는 것이 보통이고, 각종 회의는 이른 아침에도 있고, 저녁에는 밤 10시 넘어 끝나는 것도 다반사이다. 무보수로 자신들 병원 매출이 30-40%가 줄 정도로 일을 하고 있는데, 남들이 알아주는 경우는 거의 없고, 종종 오히려 협회비를 유용한다고 의심하는 따가운 눈초리를 받는 경우도 있다. 필자가 보기에 치협은 유용할 공금도 거의 없는 가난한(?) 조직이고, 필자가 아는 한 어느 집행부든 협회비는 그리 부정하게 낭비되고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

 

아무 이유 없는 이기적인 회비 미납은 ‘무임승차’하는 행위와 같다. 치협의 재정상황은 유관 단체보다 매우 열악하고, 치과의사의 권익과 국민 구강보건을 위한 중요한 활동을 하는 데는 턱없이 부족하다. 당장 내 손에 잡히는 이익이 없다고 기본 의무를 다하지 않는다면 우리 공동체는 더욱 약해질 것이고 결국은 모두가 피해를 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아울러 협회 역시 회원들의 협회불신에 대하여 스스로를 먼저 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소모적인 내부 갈등의 모습 대신, 정부, 국민 대상으로 무언가 이루어 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회원이 신뢰하고 만족할 수 있는 투명한 행정과, 구호만이 아닌 구체적인 혜택을 제공하여 마음으로 신뢰할 수 있는 리더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러면 회원들은 협회를 단순한 ‘그들만의 리그를 위한 회비 징수 기관’이 아닌 ‘우리 공동체의 심장’으로 인정하고 회비납부를 위해 기꺼이 줄을 설 수 있을 것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부규 서울아산병원 치과 구강악안면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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