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긍호 교수님 영전

  • 등록 2025.04.23 20:4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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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도사

존경하는 이긍호 교수님을 기리며, 깊은 애도와 감사의 마음을 담아 이 자리에 섰습니다.

 

오늘 우리는 단지 한 사람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한국 장애인 치의학의 정신적 지주이자, 수많은 환자와 제자들의 인생을 바꾼 한 위대한 선생님을 기리고 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평생을 치과의사로서, 그리고 경희대학교 치과대학 소아치과학교실의 교수로서 환자, 제자, 그리고 국민의 구강 건강을 위한 헌신의 길을 걸어오셨습니다.


진료실에서는 언제나 아이들을 가장 먼저 생각하셨고, 교육 현장에서는 단 한 명의 학생도 포기하지 않는 참스승이셨습니다. 연구와 학문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철저하고 엄정하셨으며, 제자들에게는 늘 본보기가 되어 주셨습니다.


그 열정은 단지 강의실과 병원에 머무르지 않았습니다. 대한소아치과학회 회장으로 재직하시며 한국 소아치과학의 기반을 더욱 단단히 다지셨고, 아시아소아치과학회 회장으로는 우리나라의 학문적 위상을 국제무대에 알리며, 아시아 소아치과 전문가들과의 긴밀한 협력을 이끌어내셨습니다. 공직치과의사회 회장으로는 공공의료의 가치를 실현하며 국민 구강 건강 증진에 기여하셨고, 특히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이웃들에게 다가가는 공공 치과 의료의 실천적 모범을 보여주셨습니다.


이러한 공로로 우정선행상 대상을 수상하셨고, 이는 교수님께서 단지 학문적 성취에 그치지 않고, 인간적 따뜻함과 실천의 삶을 살았다는 것을 말해주는 상징적 장면이었습니다. 또한, 스마일재단 이사장으로서 저소득층 아동 및 장애인 구강 건강 증진 사업을 이끌며, 나눔과 봉사의 길을 꿋꿋이 걸어오셨습니다.


“치의학은 단지 치료기술을 배우는 학문이 아니라, 아픔을 함께 나누는 인간학이다”라고 늘 말씀하시던 그 가르침은 지금도 우리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 더스마일치과의원 1대 센터장으로 근무하시던 시절,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환자들과 가까이 호흡하시며 치과의 진정한 역할이 무엇인지 보여주셨습니다. 의료기관이 단지 치료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 신뢰와 공감이 흐르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교수님의 철학은 지금도 많은 후배들에게 큰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늘 조용한 품성과 단단한 신념으로 후학을 이끄셨던 교수님. 한 번도 목소리를 높이시지 않으셨지만, 그 눈빛과 말씀 한마디가 우리에게는 큰 울림이었습니다. 제자들에게는 한없이 자상하셨고, 환자들에게는 누구보다 따뜻하셨습니다. 그 손끝 하나하나, 미소 하나하나에 배려와 사랑이 담겨 있었고, 그것은 우리가 평생 본받고자 하는 치과의사의 모습이었습니다.

 

가끔은 교수님과 함께한 소소한 일상이 생각납니다.
진료와 학회를 마친 후, 골프장에서 “드라이버 150미터도 부럽다”며 웃으시던 유쾌한 모습. 돌아오는 차 속에서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는데 짐이 되는 사람, 힘이 되는 사람……. 우리는 꼭 힘이 되고, 필요한 사람이 될 것을 말씀하신 것이.
엄격했던 교수님이시지만, 유머를 잃지 않으셨고, 후배들 앞에서는 언제나 편안하고 따뜻한 선배셨습니다.

 

저는 오늘도 교수님의 음성이 들리는 듯 합니다.
“좋은 치과의사는 실력으로 환자를 감동시키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환자의 아픔을 안아주는 사람이어야 한다.”
이 말씀은 단지 치과의사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우리가 살아가는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이었습니다.

 

교수님, 저희는 아직도 그 자리에 계실 것만 같습니다.
아직도 학회장에서, 연구실에서, 진료실에서 환한 미소로 우리를 맞이하실 것 같은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보내드려야 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습니다.
하지만 오늘 우리는 약속드립니다.


교수님께서 걸어오신 길을 기억하며, 그 가르침을 가슴에 새기고, 남겨진 우리가 그 뜻을 이어가겠습니다. 환자를 향한 정성과 제자를 향한 헌신, 학문에 대한 열정과 사회를 향한 따뜻한 손길, 이 모든 것을 우리가 품고 살아가겠습니다.

 

부디 그곳에서는 모든 고통과 근심 내려놓으시고 평안하시길 기도드립니다.


이긍호 교수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영면을 기원합니다.

 

나성식 전 대한장애인치과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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