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삶- 허영엽 신부, 천주교 서울대교구 홍보실장]이 세상을 외롭지 않게 사는 방법

2005.07.07 00:00:00

지금부터 약 이십오년 쯤 되었을 것입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라고 기억이 됩니다. 구정 때 성당에서 선배들과 함께 고아원을 방문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의 명동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안에 예전에는 고아원이 있었습니다. 우리들은 선물 꾸러미를 들고 수녀님의 안내에 따라 어린 고아들이 있는 큰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거기에는 아직 유치원에도 갈 수 없을 만큼 어린 나이의 어린이 수십명의 눈동자들이 겁을 잔뜩 먹은 채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난 지금도 그 아이들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처음에는 우리를 경계하는 눈빛으로 멈칫거리며 가까이 오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자 한 두명씩 우리에게 다가와


안기기도 하고 놀기도 했습니다. 고아원을 떠날 시간이 되자 아이들은 우리와 친해졌습니다. 저녁때가 되어 우리가 떠날 시간이 되자 한 어린이가 나를 붙잡고 놓지 않으려 했습니다. 내 옷을 붙잡고 눈물을 흘리고 발버둥치는 그 아이를 고아원 선생님들이 간신히 떼어놓고 서둘러 나는 고아원을 빠져 나왔습니다.


얼마나 사람의 손길이 그리웠으면 그랬을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아팠습니다. 세상에는 불쌍한 사람이 많이 있지만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어린 고아들처럼 불쌍한 사람이 또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성서에 보면 가장 불쌍한 사람으로 고아나 과부를 꼽았습니다. 왜냐하면 이들은 아무에게도 보호받을 수 없는 존재였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살면서 가끔 고아처럼 자신이 외롭고 불쌍하다고 느낍니다. 사랑하는 이의 배신이나, 이변, 몰이해 등은 우리를 때로 고아처럼 비참하게 만듭니다. 인간은 결국 홀로 설 수밖에 없는 고독한 존재입니다. 또한 부모님과 이별, 사랑하는 연인과의 이별, 자녀들과 이별 등 수없이 많은 이별을 자의반 타의반 체험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우리가 어렵고 고통스러울 때 혼자 있는 것, 아무도 나를 도와줄 이가 없다는 사실은 우리를 더 고통스럽게 만듭니다. 우리는 다른 이가 힘들고 지칠 때 손을 내밀어 잡아주어야 합니다. 이런 행동이야말로 사랑입니다.


우리 주위에는 마음과 영혼이 배고픈 이들이 많습니다. 정신적으로 멸시를 당하고, 인간 대접을 받지 못하고 영혼의 배고픔에 시달리는 이들이 많습니다.
우리가 그들과 작은 사랑과 관심을 나눌 때 그들에게 힘과 용기를 줄 수 있습니다. 사랑은 신비롭게도 나눌수록 더욱 더 커집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위로의 말씀과 약속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나는 너희를 고아들처럼 버려두지 않겠다. 기어이 너희에게로 돌아오겠다”(요한 14,18). 예수님은 이 험난한 세상에 우리를 사랑에 굶주리고 불쌍한 고아처럼 버려두지 않겠다고 약속하신 것입니다. 이 한마디가 고통과 시련의 삶을 사는 이들에게는 큰 용기와 희망이 됩니다. 나를 지켜주고 기억해주고 사랑해주는 존재가 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도 너희가 나를 사랑하면 내 계명을 지키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의 계명은 다름이 아니라 이웃사랑입니다. 이웃사랑은 예수님께서 가르쳐 주신 새로운 계명이며(요한 13,34), 실제로 가르쳐 주신 삶과 행동의 원리입니다. 그 모범과 기초는 바로 예수님의 사랑입니다. 배고픈 사람에게 빵을 주고 위로가 필요한 사람에게 손을 잡아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고통을 당한 사람들과 함께 머물며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입니다.


우리가 매일의 삶 속에서 이웃을 사랑을 하면서 살려고 노력할 때, 우리는 이미 천국과 극락에 살고 있는 것이 됩니다. 그 순간 우리는 외롭지도 방황하지도 비참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사랑이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자유롭게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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