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삶- 허영엽신부(천주교 서울대교구 홍보실장)]생명과 환경의 문제

2006.07.06 00:00:00

 
현대인은 외적으로는 물질적인 풍요를 누리지만 내적으로는 과거보다 훨씬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으로 살아간다고 한다.
왜냐하면 지금 이 순간 이후는 전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언제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 극단적으로는 언제 어떻게 죽을지 모른다.


늘어만 가는 교통사고, 산업재해, 점점 심각해지는 환경파괴는 특정 지역에 사는 이들만의 일이 아닌 것 같다. 더구나 죄도 없는 많은 목숨을 앗아가는 테러와 전쟁이 소위 문명사회라는 현대에도 없어지기는커녕 점점 더 잔혹한 모습으로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 가까이는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에는 중금속, 농약 잔류물, 방부제 등 온갖 형태의 유해 물질들이 가득 들어 있어 우리 목숨을 위협하고 있다.


얼마전에도 수많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주는 급식을 먹고 식중독에 걸려 고생을 했다. 사회문제가 된 낙태 문제는 철없는 미혼모들의 전유물이 아님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현대는 사람의 목숨만 위협을 하는 것이 아니다. 많은 이들이 한정된 자원을 점점 대규모로 약탈해 고갈시키고 공기와 물, 땅을 오염시켜 생태계는 파괴되고 생물들은 멸종 위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환경에서 개인들은 자신 속의 무궁한 생명의 근원을 잊어버리고 자신을 물질적 존재 또는 오직 존재하는 것은 나뿐이라고 여기며 소외와 고립 속에 자기 분열과 자기 상실로 빠져들고 있다.


나아가 살벌한 주변 환경을 견뎌내지 못하는 이들은 알코올 및 마약, 도박, 섹스 등 온갖 중독에 자신을 맡긴다. 사회는 점점 심해지는 약육강식, 과다 경쟁, 불신과 반목, 중상모략, 테러와 전쟁 속에 생명 경시와 파괴가 일반화되어 가고 있다. 이 모든 황폐한 인간 의식, 소외감, 병적인 자기 분열은 현대의 보편적인 현상이다.


이와 같은 생명 파괴와 생명 상실, 깊은 소외로 인한 고립감과 불행감 등은 대부분 서양의 산업 문명, 기계 문명에서 원인을 찾는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것은 인간의 자의식이 발생하고 문명이 시작되면서 점차 근본적인 우주 생명의 질서로부터 인간의 문명이 이탈해 오기 시작한 데에 있다.
우주 생명의 질서로부터 이탈해 온 인간 문명은 모든 가치의 기준을 개개의 인간에게서 찾는다. 모든 판단의 기준이 인간인 인간 중심적인 사고는 이제까지 다양한 인간의 사고와 행동을 판단하는 절대적인 가치 기준이었던 종교의 가르침이나 윤리 도덕을 상대화하였다.


결국 인간인 나는 노력만 하면 나의 힘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모든 것은 인간인 나를 위하여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인간에게 필요한 것에 선악 문제는 부차적인 문제일 뿐이라고 쉽게 생각한다.


이러한 인간 중심적인 사고는 너와 내가 함께 살기를 모색하는 공동체 중심의 삶보다는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이기주의적인 경향이 세상을 주도하고 있다. 나의 주변, 즉 공동체는 나에게 도움이 되는 한에서만 필요하고 가치가 있을 뿐이다. 나아가 나의 욕구를 채우는 데에 장애가 되는 것은 무엇이든지 물리치는 극단적인 배타주의적 사고까지 초래하였다.


공동체란 자연적이든 인위적이든 나 하나만이 아니라, 너와 내가 함께 잘 살기 위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이기적이고 배타적인 사고가 팽배한 사회에서는 나만 고귀하기 때문에 비록 외적으로는 공동체의 모습이지만 다른 생명체를 존중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가 생명의 진정한 가치를 잊어버리고, 모든 존귀한 생명체를 내 욕구대로 파괴한다면 결국 우리 자신도 파멸하게 된다. 인간은 우주의 중심이며 다른 생명보다 훨씬 더 소중하다. 소중한 인간 때문이라도 환경은 보호되어야 한다.
오늘날 인간은 환경을 파괴함으로써 점점 더 다른 생명은 물론 인간이 살아갈 수 없게 만들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지고 있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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