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시론/김호영]일관성의 법칙

2006.07.10 00:00:00

사람에게 자동적으로 어떤 행동을 유발시키는 심리학적 법칙들이 존재한다고 하는데 그들 중 ‘일관성의 법칙’ 이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일관성의 법칙’은 간단히 말해 우리가 지금까지 행동해 온 것과 일관되게 혹은 일관되게 보이도록 행동하려고 하는 거의 맹목적인 욕구라고 한다.
일단 어떤 선택을 하거나 입장을 취하게 되면 그 선택이나 입장에 일치되게 행동해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감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이 심리적 부담감은 궁극적으론 그 선택이나 입장을 정당화 하는 행동을 유발시키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현상을 많이 보면서 살고 있고 우리 자신도 이 법칙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좋은 쪽에서 보면 이 일관성의 법칙은 많은 위인이나 성자, 열사들을 배출한 심리학적 법칙이다. 그러나 바람직하지 않은 쪽으로 보면, 뉴스를 접하는 우리를 항상 우울하게 하는 정치인들, 사이비 종교에 빠진 사람들이나 다단계 판매업에 빠진 사람들에게서도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종종 언론에서 화재가 되기도 하는 정치논객들에게서도 볼 수 있는데, 자신의 정치적 선택에 얽매여서 망언에 가까운 극단적인 표현을 사용해서 웃음거리가 되거나 많은 사람들의 욕을 먹게 되는 모습도 그 원인이 이 일관성의 법칙에 대입을 시켜 볼 수 있겠다.


매우 흥미로운 사실은 그 사람의 사회적 지위나 화려한 경력, 학력도 예외가 없다는 것이며, 이렇게 웃음거리가 되거나 욕을 먹으면서도 자신의 입장을 정당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기도 하는데 종종 그런 노력이 더 혐오감을 유발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일관성의 욕구가 이렇게 강력한 이유로는 일반적으로 일관성이 없는 것은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성격으로 간주되고 있으며, 심리적 일관성이 우리 사회에서 높은 가치를 부여받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얼마 전 모 방송국의 시사고발 프로그램에서 일부 치과의 바람직하지 못한 위생실태를 왜곡되고 편향된 시각으로 제작하여 방송을 한 적이 있다.


세계 최빈국들 중 하나였던 나라에서 현재 선진국의 문턱에 이르는 고도의 경제성장은 우리나라의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치과계 내에도 세대차이가 많이 나는 치과의사들이 존재하게 되었고, 가난하던 시절의 관행이 경제 발전에 맞추어 빠르게 개선되지 못하고 많은 면에서 답습이 되면서 세월이 흘러가버린 것이 결국은 방송에 등장하여 세인들의 화제거리가 되고 지탄을 받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자존심 강한 전문가 집단이 자발적으로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지 못하고 외부의 비전문가들에 의해 지탄을 받아가며 무리한 수준의 개혁을 요구받는 것은 분명 비극적인 일이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이 상황에서도 ‘일관성의 법칙’이 관찰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현재까지의 관행에서 정당성을 찾으려고 노력하며 위안을 찾으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정당성을 찾기 위한 노력은 스스로에겐 위안이 될지 모르지만 설득력을 가지기는 어렵다.


일관성이란 중요하며, 많은 경우에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나 일관성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아무런 생각 없이 일관성의 습관에 따라 행동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당연히 그 결과는 매우 좋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관리자
Copyright @2013 치의신보 Corp. All rights reserved.





주소 서울시 성동구 광나루로 257(송정동) 대한치과의사협회 회관 3층 | 등록번호 : 서울,아52234 | 등록일자 : 2019.03.25 | 발행인 박태근 | 편집인 이석초 | 대표전화 02-2024-9200 FAX 02-468-4653 | 편집국 02-2024-9210 광고관리국 02-2024-9290 Copyright © 치의신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