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삶- 허영엽신부(천주교 서울대교구 홍보실장)]인간이 환경을 보존해야 하는 이유

2006.07.13 00:00:00


사람은 태어나면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갖게 된다. 누구나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자유와 권리를 지니게 되는 것이다. 인도의 시성 타골은 “한 사람의 영혼은 전 우주와도 바꿀 수 없이 존엄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구약성경에서 하느님은 세상을 창조하시고 그 창조물이 ‘보시기 좋았다’라고 긍정하신다.(창세기 1장) 특히 인간을 창조하시고는 ‘보시기에 참 좋았다’고 평가한다. ‘참’이라는 부사를 통하여 다른 창조물보다 인간 창조가 하느님에게 더욱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오늘날 우주보다 소중한 인간이 스스로 자신의 환경을 파괴함으로써 다른 생명은 물론 인간이 살아갈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심각해지는 환경파괴는 이미 한 지역만의 일이 아니다. 사람의 목숨만 위협을 받는 것이 아니다. 공기와 물, 땅은 오염되어 생태계는 파괴되고 많은 생물들은 멸종 위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환경에서 개인들은 생명의 근원을 잊어버리고 살고 있다. 환경 파괴의 원인을 보통으로 산업 문명, 기계 문명에서 원인을 찾는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것은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에서 찾아야 한다. 또한 인간도 피조물임을 망각한데서 근원이 있단 점을 기억해야 할 때이다.


공동체란 자연적이든 인위적이든 나만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잘 살기 위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오늘날 생태주의 옹호자들은 성경의 인간 중심주의에 반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리스도교가 성경의 인간 중심주의를 표방함으로써 초래한 오늘날의 환경 위기에 대해 부분적 책임을 고백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질책하고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생태주의 환경운동가들은 “자식을 낳고 온 땅에 퍼져서 땅을 정복하여라.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땅 위를 돌아다니는 모든 짐승을 부려라” (창세 1,28)는 성경 구절을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지적한다. 이 구절이 자연을 오직 자원으로만 간주하여 마음껏 이용해도 좋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적극적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인간 중심주의를 벗어나 바위와 물, 불, 바람과 같은 무생물체도 포함해서 평등주의를 내세우기도 한다.


성경은 물론 하느님이 인간에게 세상을 다스리도록 하셨다고 표현하고 있다. 인간의 지배권을 통한 인간 중심주의를 드러낸다. 그러나 이 지배권에는 자연에 대한 봉사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이스라엘의 왕은 주변 국가의 왕들과 달리 하느님의 계약과 법에 예속되어 있었고, 따라서 왕은 자신에게 맡겨진 영역에 하느님의 축복을 전달하고, 백성들의 번영을 보장하는 의무를 지닌다. 만일 인간이 땅을 착취해 자연을 손상시킬 경우, 그는 땅에 대한 지배라고 하는 자신의 왕다운 직무에 실패한 것이다.


오늘날 인간은 생태계 파괴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것을 모면할 수 없다. 하느님의 선물로써, 사명으로써의 지배권은 인간이 땅을, 즉 세상을 돌보라는 것이었는데 오히려 인간이 자연을 파괴하고 있다. 왕권이 아니라 왕권을 잘못 행사한 왕에게 책임이 있는 것처럼, 성경의 인간 중심주의가 잘못이 아니라, 잘 다스리지 못한 인간에게 책임이 있다.
인간은 우주의 중심이며 다른 생명보다 훨씬 더 소중하다. 따라서 인간 때문이라도 환경은 보호돼야 한다.

관리자
Copyright @2013 치의신보 Corp. All rights reserved.





주소 서울시 성동구 광나루로 257(송정동) 대한치과의사협회 회관 3층 | 등록번호 : 서울,아52234 | 등록일자 : 2019.03.25 | 발행인 박태근 | 편집인 이석초 | 대표전화 02-2024-9200 FAX 02-468-4653 | 편집국 02-2024-9210 광고관리국 02-2024-9290 Copyright © 치의신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