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삶- 허영엽신부(천주교 서울대교구 홍보실장)]가정의 평화까지 위협하는 도박중독

2006.07.20 00:00:00

작년에 신문에서 성탄절날 강원랜드에서 수억원의 빚을 지고 투신 자살한 사람의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강원랜드 개장 이후 일가족이 동반 자살하는 등 도박으로 자살 한 사람은 모두 17명에 달한다고 한다. 몇년 전에 개장한 내국인 카지노에는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몰린다고 한다. 한 해 동안 검거된 도박사범만도 무려 3만4천명이나 된다.


도박피해를 본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 수인지 짐작만 할 뿐이다. 또한 최근에는 도박장들이 주택가 깊숙이까지 진출하여 큰 사회 문제가 된다고 한다. 공식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최근 많이 생겨나고 있는 불법 카지노바에 따른 피해는 더욱 크다고 한다.
지난해 서울에서만 문을 연 성인오락실만 537곳이 넘는다고 하니 도박산업은 급속도로 커지고 있는 셈이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 도박문화의 폐해는 국가가 나서서 해결해야 되는 상황이 되었다.
사실 도박으로 인한 폐해는 이미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도박으로 자기 자신은 물론 가정이 파괴되고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그런데도 불법적이고 그리고 합법적인 도박장에서도 도박중독자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 사회가 점점 사행성을 부추기고 있지는 않는지 자성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선 도박중독은 병일뿐만 아니라 한가정과 사회를 파괴하는 사회적 질병이라는 인식이 중요하다. 또한 도박은 그 자체의 중독성만 문제가 아니라 다른 범죄의 원인이 된다는 데 가장 큰 문제가 된다. 중독이란 자기의 의지로 그만 둘 수 없다. 질병을 치료하듯이 도박중독도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도박 중독자들을 치료할 수 있는 기관들도 별로 없다고 하니 안타까울뿐이다. 또한 우리 나라에서는 도박장의 분포나 도박중독에 관한 부정적인 면의 연구 자료 등이 없다고 하니 큰 문제가 아닐수 없다. 그러는 가운데 도박 문화는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비교적 중독과는 거리가 있었던 여성들과 청소년들이 쉽게 도박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도박중독은 치료가 안된다거나 불치의 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최근 의학의 발달로 원인이 속속 밝혀지고 있고 많은 치료법이 개발돼 도박중독 치료에 큰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도박중독도 다른 질병과 마찬가지로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조기치료를 위해서는 본인은 물론 가족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부분의 중독자들이 치료 동기가 부족하기 때문에 치료에 어려움이 있다. 스스로 환자임을 인식하고 치료를 받는 순간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 또한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함께 모임을 하는 단도박 모임에 참여하는 것도 치료에 큰 효과가 있다.


가톨릭교회에 의해 도입된 한국 단도박 모임은 벌써 20년이나 되었다. 한국 단도박 모임은 미국 국적의 백 신부(성 골롬반 외방선교회)가 1984년 인천교구 부천 심곡동성당에서 처음 모임을 가진 것이 효시가 되었다. 당시 도박 중독자였던 백 신부는 한국에 선교사로 온 후에도 도박을 끊지 못해 결국 스스로 모임을 만들었고, 이 모임이 퍼져나가 20년이 지난 현재, 회원 수 500여명에 50여 지부를 둔 대규모 단체로 성장했다. 미국과 캐나다 등지에 살고 있는 교민들을 위해서도 현재 5~6개 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백 신부는 한국 단도박 모임을 창설하고 현재 미국에서 한국 교민을 위한 단도박 모임을 이끌고 있다. 그는 늘 “도박은 질병인 만큼 적절한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 힘으로 해결하려 하면 오히려 문제만 더 커지게 된다"며 “도박으로 고통받는 많은 이들이 단도박 모임을 통해 새로운 인생을 살아갈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한다. 시급한 것은 이제는 도박 중독의 심각함을 인식하고 민간단체와 종교, 그리고 정부가 힘을 합해 해결점을 찾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또한 도박문화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홍보와 교육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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