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열교수의 법치의학-X파일(1)]공명정대 정신으로 감정에 임하다 - 연재를 시작하며 -

2006.09.25 00:00:00


1969년 6월 1일부로 당시 내부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근무하게 됨으로써 법치의학 실무를 맡고 인연을 맺은 이래 적지 않은 사례들을 접하고 감정을 행할 수 있었다.
그동안 현직으로서 혹은 촉탁 자문위원 기관장 고문의 신분 등 다양한 입장에서 일해 왔으나 감정의 특성상 그러하듯 실제 감정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는 어디까지나 자연인으로 공명정대의 정신을 잊지 않도록 노력해 온 것이 사실이다.
몸 담아온 대학의 교수정년을 앞에 두고 2005년 작년 봄에 ‘법치의학’책을 내면서 나의 심경을 다음과 같이 기술한 바 있다.


“나는 그동안 감정업무에 임하면서 가해 범인들에 대한 격앙된 분노를 느껴왔으며 특히 죽은 이들의 주검을 만지면서 그들에게 무한한 연민의 마음을 키워왔다. 그 한사람 한사람이 분명히 이 세상에 사는 동안 나와 똑같은 희노애락을 경험한 어엿한 인격체로서 이제 볼품없이 내 손에 쥐어진 시체일부 조각에 지나지 않으나 그들이 험하게 자신의 일생을 마쳐야 했던 것을 생각하면서 원혼이라도 달래주고 싶어, 신원이 밝혀지고 범인이 응징 받는데 내 조그마한 지식이 기여하기를 늘 기도하면서 감정에 임하는 마음을 다지곤 해왔다.”


즉 사체나 감정물을 대함에 있어서 완전히 객체로 보고 접근하는 것을 감정인의 올바른 자세로 강조하고 정확한 감정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믿기도 하나 나는 죽은 이나 피해자에게 감정이입을 함으로써 그 희생자의 삶에 대한 연민의 마음과 가해자에 대한 분노로, 성실한 감정을 통해 집요하게 진실을 밝혀 내보려는 의지를 굳혀 왔다고 할 수 있다.
결코 과학적,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전문인으로서의 감정인의 본분을 잊지 않도록 늘 채근하기를 되새기면서 또한 감정물에 숨겨져 있는 비밀스러운 정보와 죽은 이가 남긴 소리 없는 말을 듣기위해 마음을 가다듬으면서….


법치의학 책은 전문서적의 특성상 쉽게 읽어 나가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 주변의 친구, 친지들로부터 법치의학에 얽힌 경험담을 일반인들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도록 글을 쓸 것을 종종 권유받아 온 바도 있어 법치의학의 후속조치로 책 한권을 생각해 보기는 했으나 여러 면에서 고려해야 할 점도 있고 글 재주도 변변치 못해 선뜻 손대지 못하던 중에 우리치과인의 기관지인 치의신보의 연재 제안을 받고 불감청이나 고소언의 심정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요즈음 인기리에 방영돼온 법의학 사건 X파일과 CSI 과학수사대에 힌트를 얻어 우리 분야의 내용을 갖고 연재를 기획한 것으로 들었으나 감히 그 같은 수준의 내용을 담은 글을 만들기에는 내 능력도 못 미치고 소재 또한 한계가 있으므로 기대치에 어림도 당치 않을 것으로 고백하고 이를 허용한다면 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나마 성의껏 이야기를 정리 술회코자 한다.
때맞추어 이 연재의 밑그림이 되는 법치의학책이 2006년 대한민국 학술원 기초학문육성 우수 학술도서로 선정을 받게 돼 자축하는 마음도 덧붙인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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