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시론]도둑 /김호영 본지 집필위원

2006.10.16 00:00:00

‘어떤 사람을 도둑이라고 부르면 그 사람은 도둑질을 하게 되어 있다.’는 서양 속담이 있다. 재미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속담이지만 섬뜩하게 와 닿는 무엇인가가 분명 있을 것이다. 어떤 직업에 오명을 씌우면 그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결국 그 오명에 맞는 행위를 하게 되어 있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흥미롭게도 맞아떨어지는 것이 우리 사회에는 ‘의사는 허가받은 도둑’이란 새삼스럽지 않은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보다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일반인보다 높은 도덕성을 기대하기 마련인데 그런 기대를 저버리는 일이 조금만 있어도 과도한 비난을 받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는 점차 확대되어 치과의사란 직업의 존엄성을 침해받는 수준에 이르게 된 것이 작금의 현실이 되어 있다. 문제는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법과 제도에 반영되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법과 제도에 반영되는 것은 이런 대중들의 여론을 공식적 사실임을 인정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몇 달 전 MBC PD수첩에 A치과라고 소개된 치과가 등장했었다. 그 치과의 원장은 기구의 소독은 차치하고 담배를 피우다가 손도 씻지 않고 환자를 진료하는 등 엽기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장면을 보여주었다. 한 달쯤 지나서 다시 MBC PD수첩은 그 보도의 연장선에서 내과의 내시경의 소독상태 등을 다룬 사실상의 2부를 방영하였는데, 다시 등장한 그 A치과의 원장은 개선되기는커녕 이번엔 한 술 더 떠서 맨발로 진료를 하고 있었다.


그 어처구니없는 장면을 본 적지 않은 치과의사들이 이른바 ‘연출’ 가능성을 이야기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조작 가능성은 어디까지나 우리 치과의사들의 희망 섞인 추측일 뿐, 대다수의 국민들은 사실로 받아들였으며 비난여론은 거셌다.
결국 소독이 법제화되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재료구입목록표 제출인 것 같다.
이 제도는 근본적으로 치료재료의 구입과 사용과정에서 부당한 이득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좀 더 나아가면 우리 치과의사들의 양심에는 맡길 수 없으며 감시가 필요하다는 뜻을 담고 있고, 더 나가면 잠정적으로 범법을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이미 치과의 지나친 과대광고는 천박해 보인다. 이미 알만한 사람들은 TV드라마의 간접광고를 비웃고 있고, 케이블 TV의 건강상담 프로그램이 출연하는 의사들에게 식상해지기 시작하고 있다. 연예인들의 지나치게 하얀 치아는 치아가 아니라 분필을 붙이고 다니는 것처럼 보여서 부자연스럽다는 일반인들의 이야기도 들리기 시작한 것은 필연적인 결과로 보인다.


‘정상적인 양심은 요구되는 수준까지 상승하고, 또한 예상되는 한계까지 쉽게 하강한다.’
휴 블랙(Hugh Black)의 이런 지적은 앞뒤가 맞지 않는 말로 보이지만 존경받는 위치에 있느냐 그 반대이냐에 따라 대비되는 이야기로 현재 우리치과의사들이 처한 현실을 표현할 수 있겠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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