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시론/최재갑]설명 의무

2006.10.23 00:00:00

최재갑 <본지 집필위원>


요즈음 필자를 아주 힘들게 하는 환자들이 있다. 바로 임프란트 시술 후에 생긴 합병증 때문에 내원하는 환자들이다. 이런 환자들은 물론 증상에 대한 치료가 내원의 일차적인 목적이겠지만, 피해에 대한 배상이나 보상을 청구하기 위해서 진단서나 장애진단서의 발급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환자들은 대부분 일차 치료를 담당한 치과의사와의 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내원하기 때문에 정서적으로 매우 예민할 뿐만 아니라 또한 심한 피해의식에 사로 잡혀 있어서 본인의 고통만 반복적으로 주장하고 의학적인 설명에는 거의 귀를 기울이려고 하지 않는다.


더욱이 진단서의 내용에 본인의 주장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던지 장애 등급의 판정에 불만이 있는 경우에는 심한 분노를 나타내거나 때로는 난동을 부리기까지 하는 일을 일년에 몇 번씩 경험한다.


임프란트 시술과 관련해 발생하는 후유증 중에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말초신경의 손상으로 인한 ‘신경병변성 통증’이다. ‘신경병변성 통증’은 물론 신경의 손상으로 인해서 발생하는 것이지만 그것의 자세한 병리기전은 아직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미세한 말초신경의 손상만으로도 ‘신경병변성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따라서 치과에서 시술하는 모든 침습적 의료행위가 모두 ‘신경병변성 통증’이라는 합병증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하겠다. 그런데 이러한 ‘신경병변성 통증’의 진단에 있어서 환자의 병력과 증상 이외에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진단의 수단이 마땅하지 않기 때문에 환자와 의사 사이에 분쟁의 불씨가 되고 있다. 물론 최근에는 정량적 감각검사나 뉴로미터와 같은 여러 가지 신경검사법이 개발돼 있지만 신경손상의 미세한 부위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임상적 방법은 아직 없다.

 


따라서 임프란트 시술을 행하는 상당수의 치과의사들이 방사선사진상에서 특이한 소견을 관찰할 수 없으면 ‘신경병변성 통증’ 환자에게 ‘별 이상이 없다’고 말하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환자는 통증과 이상감각 때문에 심한 고통을 느끼고 있지만 담당 치과의사는 그 고통을 인정해주지 않고 ‘별 이상이 없다’고만 하니 환자가 겪는 좌절감과 분노를 이해하지 못할 바가 아니다. 더욱이 이런 환자에게 증상의 완치가 쉽지 않고 치료기간이 얼마나 오래 걸릴지도 모를 뿐만 아니라 진단서의 내용도 본인의 요구를 모두 반영하기가 어렵다는 설명을 하면 환자의 분노가 드디어 폭발하는 것이다. 그래도 신경손상의 예측과 측정이 어렵다는 점을 이해시켜서 분쟁의 발생을 예방하고 환자로부터 치료적 협력을 유도하기 위해 환자의 설득에 한 시간 이상씩 매달리다보면 필자도 역시 지치게 된다.


임프란트 시술을 받은 환자에게서 이러한 의료분쟁이 유달리 많이 발생하는 원인을 생각해보았다. 첫째, 임프란트에 대한 환자의 기대심리가 크다는 것이다. 이것은 임프란트 시술의 치료비가 비싼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비싼 치료비를 지불했기 때문에 환자는 당연히 완벽한 치료결과를 기대했을 것이다. 이런 환자에게는 비록 사소한 불편감이라도 그것이 큰 불만의 요인이 될 수 있다. 어떤 환자는 ‘임프란트를 하면 자기 치아와 똑 같이 된다고 했는데, 실제로는 그렇게 되지 않았으니 의료과실이다’고 주장하면서 ‘임프란트 시술이 잘 못됐다는 사실을 입증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둘째, 임프란트 시술을 하기 전에 환자에게 임프란트의 장단점과 합병증이나 부작용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하지 않는 것이 의료분쟁의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얼마 전에 소비자보호원에서 나온 의료분쟁에 관한 자료를 보면 ‘설명의무 태만’이 의사 측의 가장 흔한 과실이었다. ‘설명 후 동의(informed consent)’는 현대 의료행위의 필수 의무사항이다. 임프란트 시술을 시행하기에 앞서 환자에게 신경손상의 가능성과 자연치아와 비교한 장단점을 미리 설명했다면 필자를 힘들게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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