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시론]얻기 위해 잃는 것들/이안희 본지집필위원

2006.11.06 00:00:00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 성서 다음으로 많이 팔린 책이라는 수학의 정석이 나온 지 40년이 되었다는 기사를 접하고 조금 착찹한 생각이 들었던 적이 있다. 저자가 책을 만든 동기와 그가 고학생시절 외국서적 판매점을 뒤져서 책을 구해 아이디어를 얻고 문제를 직접 만들어 보완을 거듭했다는 책에 대한 이런저런 소개들이 실려 있었다. 3천7백만권 정도가 팔렸다고 하니 아마도 인문계 고교생이라면 정석을 사보지 않은 학생들은 거의 없을 듯싶다.


우리의 교육은 수 없는 개혁을 거쳐서 그래도 모양새는 많이 바뀌었지만, 수학의 정석은 외양까지도 그대로인 채로 강산이 4번이나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까까머리 교복의 학생의 책가방에서처럼 그때와는 너무나도 달라져버린 요즘 우리아이들의 책가방 속에도 최신식 전자사전과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수학의 정석 같은 수학의 기본 원리에 충실하면서 다양한 문제를 다룬 깊이 있는 좋은 전문서적이 꾸준히 잘 팔리는 것은 당연한 일 일 것이다. 하지만, 40년 전의 수학 참고서가 아직까지 교육현장의 한 중심에서 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겉모습은 수도 없이 그럴듯하게 변해왔지만, 속 내용은 40년 전이나 다를 바 없이 변하지 않고 있는 우리 교육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해 주고 있는 것 같아서 다소 답답한 심정이 되었다.


아마 모르긴 해도 저자의 말대로 난이도가 높은 문제를 고르기 위해 외국의 어려운 서적들에서 문제를 참고했다고 하니, 그 책은 쉽게 원리를 풀어 해석해 놓은 점도 있지만, 난해한 문제를 다양하게 접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더 매력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대체 고교과정에서 우리가 배워야할 수학의 수준은 어느 정도나 될까? 아마 전 세계 고교생 중에 그렇게 어려운 문제집을 선택이 아닌 필독서에 가깝게 병행해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모르긴 해도 매우 드물 것이다. 본고사가 없어지고 과외를 없애기 위해 내신의 비중을 높이고 대학 수학능력을 검증하는 정도의 교과서 위주의 평이한 문제를 내겠다는 입시요강이 해마다 발표되는 이 시점에도 그와는 상관없이 수학성적에 대한 부담은 변함이 없는 것 같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인가가 변하고 있기는 있는 것인가? 한마디로 암울하다. 미국의 고교과정의 수학은 그리 어렵지 않고 단지 원리를 가르치고 그것을 이해하고 있는지를 테스트하는 시험이다. 심지어 공식을 칠판에 써주고 테스트를 하기도 하고, 비비꼬는 어려운 응용문제 같은 것은 없다고 한다. 얼마 전에 들렀던 스위스에서도 가장 부러운 것이 합리적인 교육제도 였는데, 특히 그곳에서는 그 학년에 해당하는 교과과정을 무리 없는 수준으로 정해서 절대 그 이상의 것은 가르치지 않는다고 한다. 아마도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고교의 단계에서 배워야할 수학의 레벨은 어디나 비슷하게 짜여져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는 그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아니 안심하지 못하고 과하게 준비를 해야 하는데 있을 것이다.

 

그것은 철없는 어린애도 잘 알고 있을 이 나라의 치열한 입시경쟁 때문이다.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황금같은 청소년기의 소중한 시간을 어려운 문제 한 문제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수많은 난이도 높은 문제를 푸는데 보낸다. 한마디로 지식습득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오직 시험을 잘 보기 위한 공부다. 고교 수준에서 배워야 할 적당한 수리의 진도에 맞추어서 성실하게 공부만 하면 무난하게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고 대학에 들어가는데도 좌지우지 하지 않게 될 제도의 개혁은 언제쯤 실현 될 수 있을까?


물론 정석이나 해법 같은 고난이도의 참고서들이 활용을 효과적으로 하는 의욕적인 학생들에게는 실력향상에 확실한 도움이 되고, 때론 훌륭한 지침서가 될 것이다. 하지만, 반대의 이유로 일찌감치 좌절을 하는 아이들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소수의 아이들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수학의 정석의 고난이도 문제를 풀어대는 동안,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것을 베개 삼아서 악몽에 시달리며 불편한 잠을 자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아이들의 잠재의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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