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욱 변호사의 법률이야기 112]환자의 진료비밀과 사생활의 비밀

2006.11.16 00:00:00

최근 정부당국의 연말정산 간소화 방안과 관련해, 환자의 진료비밀이 환자의 사생활로서 그 비밀을 누설하는 것이 타당한지 여부가 문제되고 있다. 환자의 사생활 영역에 속하는 진료비밀이 의료인과 환자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지득하는 것 자체가 사생활의 비밀에 대한 침해가 될 수 있으며, 제3자가 이를 활용하고 심지어는 유출되었을 경우의 그 침해는 막대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이러한 상황은 법적 문제이기 이전에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대부분의 의료인단체는 그들의 윤리적 의무로서 환자의 비밀보호를 포함하고 있다. 대한치과의사협회의 경우에도 윤리헌장으로서 환자의 비밀을 환자의 동의 없이 누설하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최근의 정부당국의 연말정산 간소화 방안은 의료인의 윤리적 의무와 충돌하는 것으로 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헌법상의 사생활의 비밀·자유를 침해하는지도 문제된다. 헌법은 제17조에서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않는다’라고 해, 사생활의 비밀·자유를 헌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사생활의 비밀·자유에는 자기정보의 관리통제권을 포함한다. 자기정보에 관한 통제권이란 자신에 관한 정보의 유통을 통제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즉, 개인이 그에 관한 정보가 언제, 어떻게, 그리고 어느 범위에서 타인에게 전달할 것인가를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여기에는 자기정보의 자의적 수집의 배제, 자기정보의 열람 요구 등이 있다.


그러나 최근 사회의 정보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개인정보의 유출은 빈발하고 개인의 사생활은 중대한 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또한 국가 등에 의한 정보의 수집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환자의 진료비밀은 사생활 영역에 관한 정보로서 헌법적 보호의 대상임은 분명하다. 따라서 국가 등이 진료비밀을 획득하는 경우에도 헌법상 기본권제한원칙에 따라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정보가 국가 등에 의해 수집될 수 있는가, 수집될 수 있다고 할 경우에도 그 범위와 방법은 무엇인가를 두고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며, 건강정보의보호및이용촉진에관한법률에서 이에 관한 원칙을 명확하게 해야 할 것이다. 현행과 같이 환자의 모든 진료비밀을 아무런 제한도 없이 개별 법령으로 추진하는 것보다는, 이 문제에 관한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거쳐 건강정보의보호및이용촉진에관한법률에서 일반원칙을 천명하고 위 법률의 틀에서만 환자의 진료비밀에 접근해야 할 것이다.


독일의 판례와 학설에 의해 발전된 인격영역론에 의하면 개인의 생활영역을 가장 개방적 영역에서 가장 폐쇄적 영역에 이르기까지 단계적으로 분류해 공개적 영역, 사회적 영역, 사사적 영역, 비밀영역, 내밀영역으로 나누고 사생활의 비밀이 어느 영역에 속하는 사항이냐에 따라 공개가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 및 정도가 달라진다고 한다.


내밀영역은 양심적 영역이나 성적 영역과 같이 불가침적인 영역을 말하는 것으로서 그 보호는 절대적이라고 한다. 비밀영역은 개인간의 비밀스런 편지, 전화 등과 같이 이성적으로 평가할 경우 공공에게 노출돼서는 안될 생활영역으로서 당사자의 동의가 있어야만 공개될 수 있다. 환자의 진료비밀은 일반적으로 내밀영역 혹은 비밀영역에 속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즉, 절대적으로 공개가 불가하거나 당사자의 동의가 없는 상태에서 공개가 불가한 경우일 것으로 보인다. 관련법령들도 이러한 점을 충분히 고려해 재개정돼야 할 것이다.
<양승욱 법률사무소 02-591-8891, 8896>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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