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시론/최재갑]윤리경영

2007.01.29 00:00:00

최근에 치의신보(2006. 10. 30 자)를 통해서 보도된 바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에서 치과병의원의 급여비 비중이 3.9%로 떨어졌다고 한다. 2001년도까지만 해도 5.2%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그 후 급격한 감소를 보여 드디어 4%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즉, 의료보험공단에서 지급하는 전체 의료비 중에서 치과 부분의 비중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이다.


이렇게 된 원인은 다각도로 분석해봐야 하겠지만 2000년도 이후에 치과의사의 수가 의사나 한의사에 비해서 급격히 감소했거나 보험수가의 인상에서 치과 부분에 대한 현격한 차등이 없었다면 치과의사의 진료행태에서 이와 관련될 만한 어떤 큰 변화가 있었을 것으로 짐작할 수밖에 없다. 즉, 최근 몇 년 동안에 치과의사들의 진료에서 보험급여진료의 비중이 과거에 비해 상당히 감소하고 있다는 추정이 가능해진다. 특히 최근에 우리나라의 치과계를 강타하고 있는 임프란트 열기를 보면 이러한 추정이 상당한 설득력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보험급여진료에는 아말감충전, 근관치료, 치주소파수술과 같이 치아를 보존하기 위한 매우 기본적인 치과치료가 대부분 포함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보험급여진료의 비중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이와 같은 치아보존과 관련된 기본진료가 감소된 것이라는 해석을 가능케 하는 것이며, 이는 또한 치과의사들이 의료수가가 싼 보험급여진료를 회피하고 있다는 인상을 갖게 하는 것이다.


치과의사들이 보험급여진료를 회피하는 경향을 보인다면 물론 이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은 인건비에도 못 미치는 낮은 보험수가를 강요하는 정부에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치과의사에게 치아를 보존하기 위한 기본진료를 소홀히 하는 것에 대한 책임이 면해지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의료행위에 대한 궁극적인 책임은 시술을 담당하는 의사에게 있으며, 의사는 항상 환자의 복지를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 의료윤리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외부의 비난이 있기 전에 우리 스스로 문제점을 인식하고 자정의 노력을 하는 것이 전문직업인의 가장 중요한 책임이자 덕목이다. 이러한 자정의 노력을 통해서 전문직업인들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고 정부로부터 직무수행에 대한 자율권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날이 갈수록 의료에 대한 정부의 간섭이 많아지는 것은 의료인 스스로 자율정화를 위한 노력이 부족했던 것에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닌가하고 생각해본다.


다행히 최근에 우리나라 치과계에서 이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자연치아보존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으며 협회에서는 ‘치과의사 윤리선언’의 제정을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구호에만 그치지 말고 ‘의료윤리’가 모든 치과의사의 실천적 규범으로 자리를 잡아서 우리 치과계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고 사랑과 존경을 받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요즈음은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에서조차 ‘윤리경영’이라는 말을 쓰고 있다. 즉, ‘이윤을 추구하되 윤리적으로 하자’ 혹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인식하면서 기업을 경영하자’라는 뜻으로 이해된다.
이제는 우리 사회가 먹고사는 문제를 벗어나서 인간답게 사는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는 뜻이다. 인간답게 사는 것은 서로를 신뢰하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볼 수 있다. 새해에는 기업과 근로자, 정부와 국민, 의사와 환자가 서로 신뢰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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