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시론/이안희]웰 다잉 (well dying)

2007.02.05 00:00:00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습들은 천차만별 각양각색이지만 마지막 순간에 모든 인간에게 평등하게 주어지는 것은 죽음이다. 죽음은 그 어떤 조건과도 상관없이 모든 이에게 예외 없이 찾아오고 진행된다. 정초부터 죽음을 떠올리는 것을 꺼림칙해 하실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다. 하지만 중년의 문턱을 한참이나 지나버린 나이에 또 한 해를 맞아야 하는 탓일까, 새로운 한 해를 잘 살아내겠다는 다짐 앞에서 새삼스럽게 문득 그 목적지를 떠올리게 된다.


사실 어찌보면 우리의 삶이 죽음을 향해 하루하루 다가가고 있는 과정이라는 것과 그것이 그림자처럼 늘 함께 하며 때론 예고도 없이 갑자기 우리 삶 안으로 불쑥 들이닥칠지 모른다는 것을 생각해 볼 때 산다는 것 자체가 죽음을 위한 준비과정이어야 한다는 위기감이 느껴질 때가 있다. 죽음 앞에서 우리 삶의 유한성을 인정하고 나면 내게 주어진 이 삶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느끼게 되고 정말 가치 있게 매 순간을 살아야 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고 또 내가 이순간 살아 있음에 새삼 감사를 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새 각오를 다지는 이 시점에서 죽음에 대해 한번쯤 스치듯 생각해보는 것도 그리 나쁜 일은 아닐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웰빙의 열풍이 조금 가라앉았나 싶더니 요즘 사회, 종교단체에서 생의 마무리를 밝고 품위있고 아름답게 하자는 취지의 ‘웰 다잉’을 준비하고 체험하게 하는 프로그램이 적잖이 시행되고 있는 것을 보니 실버문화의 활성화 붐을 타고 웰 다잉이 웰빙을 이어 새로운 화두로 등장할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웰 다잉 프로그램은 죽음에 건강하게 직면하는 것을 도와준다. 호스피스 활동을 통한 봉사, 죽음을 잘 맞이 하기위해 현재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강연, 지난 날을 회고하는 시간을 통해 과거를 정리할 수 있게 하고 유언장, 자서전쓰기등의 구체적인 연습을 해보면서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죽음을 친숙하게 준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고 한다.


사실 우리에게 찾아올 죽음은 어느날 어떤 형태로 갑작스럽게 찾아올지 모르므로 이러한 준비들은 매우 현명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외에도 미리 장기이식을 고려해 두거나, 혹시 병에 걸려 치료가 불가능하고 죽음이 임박한 경우 생명을 인위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연명치료를 거부하고 그 책임이 자신에게 있음을 밝혀두는 생전유서인 “리빙 윌”(living will)(요즈음 우리나라에도 언급되고 있는 “사전의료지시서”와 같은 개념이다.)에 대해서도 이미 다른 나라에서는 실행되고 있다고 하니 관심을 가져볼 필요도 있을 듯 싶다. 이렇듯 실질적인 준비를 해두는 것을 포함해서, 후회 없는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웰 다잉에도 구체적인 준비들이 필요하지만, 죽음은 삶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볼 때 진정으로 아름다운 죽음을 위해서는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우리의 태도가 그 무엇보다도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갑작스러운 사고를 제외하고, 주변에서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죽음과 만날 때마다 느끼는 점은 대체적으로 그 사람의 죽음과 삶은 서로 많이 닮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선지 아름다운 죽음은 어느 순간 따로 준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순간의 아름다운 삶이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조화로운 삶의 저자인 스코트 니어링의 죽음은 참으로 감동적이었다. 죽기 몇 해 전까지도 건강하게 저술과 노동을 하다 100세가 됐을 때 스스로 죽음을 맞는 시기와 방법을 결정하고 몸속에 들어가는 음식을 서서히 끊음으로써 죽음을 스스로 맞아들였다. 소란스럽지 않고 더 이상 평화스러울 수 없는 모습으로,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 곁에서 그 사람이 읽어 주는 시를 들으며 자신의 살아온 모습들에 사랑과 감사와 만족을 보내며, 모든 것들이 제 자리에 아름다운 모습으로 있는 것을 확인하고나서 “좋아”라는 말을 끝으로 미소를 지으며 스스로 죽음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장면은 한동안 잊혀지지 않았다. 죽음을 스스로 선택할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해 보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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