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시론/김각균]이젠, 증거 기반 의료 불가결 (하)

2007.02.19 00:00:00

김각균 <본지 집필위원>
<1523호에 이어 계속>

 

우리는 우리가 치료에 임함에 있어, 좋은 의도를 갖고 있으며, 환자에게 최선을 다하기를 스스로 원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Barratt 교수는 그 근본적인 이유를 얄궂게도 지난 20세기, 생물학과 의과학의 발달에서 찾고 있다. 지난 20세기 우리는 바로 생물학과 의과학의 발달로부터, 의료분야의 엄청난 발전과 그에 따른 평균수명의 연장이라는 크나 큰 혜택을 입었다. 이제 우리는 과거 순전히 ‘의견"과 ‘신념" 만으로 의료가 행해지던 과학이 없었던 시대에 비해 훨씬 더 나은 삶을 누리고 있다. 이로써 우리는 어느덧, 전적으로 생물학의 이론으로부터 유래한 예측을 근거로 치료 방법을 결정하게 됐는데, 이제 이것이 우리를 아주 잘못된 길로 인도할 수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그런데 현재 우리들이 바로, 이렇게 생각하고 생물학적인 원리를 근거로 추론하도록 하는 교육을 받고 있는 것이다.


최근 여러 치료법들의 타당성이 randomised trial에 의해 시험되고 있다. 그런데 아주 그럴듯한 생물학적으로 논리적인 근거에도 불구하고 어떤 술식은 치료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며, 오히려 해롭기까지 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우리의 그러한 논리가 많은 경우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 작용하지만, 또 다른 많은 경우에는 그렇지 않으며, 우리가 이제서야 그러한 논리가 우리를 얼마나 오도할 수 있는지 깨닫게 됐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생물학적인 예측이나 전문가의 의견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


또한 현재 우리나라는 말할 것도 없고 구미각국은 의학 분야 연구에 어마어마한 돈을 투입하고 있으며, 이는 그 결과가 언젠가는 중요한 치료방법의 개발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 속에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이 연구들은 주로 기초 연구나 생의학 연구 즉 연구실에서 행해지는 연구로서, 그 대부분은 좀 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답을 얻고자 하는 것이며, 막상 의과학 연구가 우리가 아플 때 유용한 것으로 이용된 실적을 보면 결코 순탄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제 과거의 발전과 앞으로 이러한 발전들이 약속하는 것에 지나치게 매료돼, 스스로 현혹되고 압도돼 있는지도 모르는 것이다.


이제 ‘의견"을 ‘증거"로 바꿀 때가 왔다. 우리는 환자의 치료와 직결되지만 아직 답을 찾지 못한 문제를 인지하고, 그 답(증거)을 찾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치료 방법에 대한 판단은 반드시 증거에 기반을 두도록 해야 한다.
의학분야에서 증거에 기반한 의료의 개념이 처음 등장한지 15년 가까이 된다고 한다. 이는 현재 의료계에 종사하는 대다수의 의료인들은 증거-기반 의료에 익숙지 않으며, 환자와의 대화에서 증거를 말하지 않는 다는 것을 의미한다.


Barratt 교수는 어떤 의사들은 자신이 증거보다 위에 있다고 여기며, 그렇기 때문에 치료방법을 굳이 바꾸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며, 변화에 대한 이러한 저항은 놀라울 정도라고 말하고 있다. 이제 증거-기반 의료는 단지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을 넘어 불가결한 것이다. 이제 곧 환자들이 ‘절충’(negotiation)이 아니라 ‘요구"(demand) 할 때가 올 것이다. 아니 이미 왔는지도 모른다. 앞으로는 환자들이 이렇게 물을 것이다. 내가 치료받을 수 있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각각의 치료로 기대할 수 있는 결과는 무엇입니까? 기대하는 대로 그런 결과를 얻게 될 가능성은 어느 정도입니까? 여기에 대한 답변은 바로 증거에 기반을 둔 것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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