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시론/양혜령]참 좋은 세상과 의료법 개정 (상)

2007.03.05 00:00:00

양혜령 <본지 집필위원>


구정이 지났다. ‘명절 증후군’이라고 불리는 결혼한 여자의 명절 스트레스가 10년 전쯤부터 명절 때마다 신문을 장식하더니 요즈음은 그 해법이 각종 매체를 통해 거론되고, 사회 분위기 자체가 명절 때 여성의 스트레스를 많이 줄여주는 방향으로 흐르는 것을 본다. 과거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명절 때 역귀성이라든지, 음식 장만의 간소화, 남성의 가사일 거들기, 명절 날 일찍 친정에 갈 수 있도록 배려하기 등은 서로 이해하고 도와줘 힘들지 않고 즐겁게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사회 전체가 노력하는 ‘실례’들이라고 생각한다.


명절 전전날은 치과원장으로서 며칠 쉬는데 대비한 환자들 마무리하기, 직원들 보너스 챙기기, 여기저기 선물 보내기, 인사 오는 손님 맞기로 정신없이 보내고, 명절 전날과 명절날은 며느리로서 음식장만 거들기와 설거지하기, 그리고 손님 접대하기를 하다보면 녹초가 되고, 명절 뒷날은 엄마로서 가족들에게 봉사하고 연휴에나 가능한 종류의 집안 정리를 하다보면 명절연휴가 금방 가버린다.
명절 연휴 뒷날은 원장으로서 연휴 때 아팠던 환자들을 돌보며 다시금 바쁜 일상으로 돌아가는 세상을 20여년 사는 동안 어렸을 적 그렇게 기다렸던 명절이 싫어지기도 했고, 명절만 되면 아이가 된 듯 하루 종일 뒹굴며 TV나 보고 가져다주는 음식이나 먹고, 손님접대나 하며 대접받는 남성들이 부럽기도 했다.


그러나 요즈음은 각종 정보가 넘쳐나서 조금만 머리를 쓰면 음식 장만이나 선물보내기나 손님접대 등을 아주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세상이 됐다. 약속제가 많이 인식돼 환자도 미리 조절 가능하고, 집안에서도 서로 돕는 분위기가 퍼져 있어 예전 보다는 여성들에게 훨씬 덜 부담스러운 명절이 가능해진 것이다. 좋은 세상이 됐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인혁당 재건위사건’의 진상이 규명됐다. 박정희 정권에 의해 간첩으로 몰려 ‘사법살인’을 당한 피고인들에게 32년 만에 무죄가 선고된 것이다. 그 유가족 중 한분은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는 해결될 줄 알았는데 너무 오래 걸렸다”고 소회를 말했다 한다.


‘구국의 새 역사는 10월 유신정신으로….’라는 노래를 부르며 보냈던 어린 시절이, 대법원 확정판결 후 18시간 만에 사형이 집행돼 ‘사법사상 암흑의 날’로 지정됐다는 1975년 4월 9일에 대해 설명하는 TV뉴스 화면과 겹쳐 아스라이 머리에 떠올랐다. 너무 오래 걸리기는 했지만 참 좋은 세상이 되기는 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요즈음 사회에 나가 치과와 관련 없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임프란트에 대해 무척 궁금해 하며 많은 질문을 하는 것을 본다. 국산 임프란트 이름까지 대면서 그것은 얼마냐고 묻는다.


20년 전 임프란트 실패 시 소송에 걸릴 것을 생각하며 시술하기를 두려워했던 때와 10년 전쯤 많은 사람들이 임프란트 세미나에 몰려들던 때, 그리고 지금 임프란트가 보편화되고 있는 시대를 생각한다. 치아가 발거돼 치과에 보철하러 오는 환자 중 거의 95%가 가능하든 불가능하든 임프란트에 대해 묻는 세상이 된 것이다. 실제로 치조골만 조금 튼튼하면, 그리고 경제적으로 조금 여유만 있으면 가장 권장하고 싶은 시술이 있다는 사실, 그것을 생각하면 참 좋은 세상이 됐다고 감탄한다.
시간이 부족한 나에게 적은 시간과 비용으로 필요한 것을 구입하게 해주는 홈쇼핑, 언제든지 필요한 자료를 검색하고, 각종 자료를 보내고 받을 수 있게 해주는 빠르고 편리한 인터넷, 많은 자료를 입력할 수 있는 CD와 3차원적 기록의 동영상, 인력을 대체할 수 있게 해주는 각종 생활용품, 가전기기, 편리하게 개선된 치과기기 등과 클릭하나로 결산 및 각종 자료 출력을 단시간 내에 할 수 있게 해주는 컴퓨터, 많은 전화번호를 입력할 수 있는 휴대폰 등은 정말 좋은 세상이 됐다고 날마다 감탄하며 지내는 나에게 잔잔한 흥분과 함께 엔돌핀이 솟게 한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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