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40주년 기획칼럼/자연 치아 아끼기 운동]1년 8개월 13일/나성식 나전치과의원 원장

2007.05.14 00:00:00

 


국적 일본, 사무실은 여의도, 공장은 구로동, 거주지 압구정동.


상악좌측 제1대구치 치근단농양, 치관 3분의 1 파절. 좌측 눈 주위 부종. 이가 흔들리고 밤에 잠을 자지 못했음. X-선 촬영 후 치료계획 설명.
발치할 수도 있지만 원한다면 근관치료 후 크라운 장착 가능할 수도 있으며 예후는 단정할 수가 없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빼지 않고 내 치아를 살려서 사용할 수 있도록 희망.
설명이 좀 길어 이해가 복잡하지만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근관치료 후 얼마나 잘 사용할지는 모르지만 크라운 처치 요망.


일본 모 반도체 상사의 한국지점장의 진료기록이다. 우리가 자주 접하는 처치인데 1년 8개월 13일이 걸렸다. 사연이 복잡하다. 근무시간에는 절대 진료 약속을 할 수 없다. 회사 책임자로서 개인적인 일로 회사에 피해를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흔히 내가 겪어 본 우리나라 환자와는 사뭇 다른 근무시간 개념이었다. 그렇다고 환자를 위해 근무시간을 연장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가능한 시간은 월차나 휴가 등 합법적인 시간뿐이었다. 발치는 하지 않고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살려서 크라운으로 마무리 하기로 결정하고 될 수 있으면 내원 횟수를 줄이고 진료시간을 길게 하기로 하고 시작됐다.


기약 없는 진료과정이 될 수도 있었기 때문에 치아의 파절을 방지하기 위해 SS 크라운으로 임시 크라운을 장착했다. 내심 진료 중간에 본국 발령으로 귀국할 수도 있다는 가정하에 누가 보아도 최선을 다했다는 점을 인정 받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또한 우리나라의 치과진료계획과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강하게 발동했다. 환자도 나의 계획과 앞으로의 예후설명에 만족해 주의사항을 잘 지키고 아주 긍정적으로 협조했다. 물론 개인적인 차이가 많이 있겠지만 일본환자들이 일반적으로 치과의사의 지시를 잘 따르고 신뢰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몇 번 경험했지만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런 분위기가 계속돼 순조롭게 마무리 됐고 어느 정도 친밀해져 일본의 치과의료환경도 서로 나누게 됐다.


지금 일본 도심의 치과나 직장인이 많은 지역의 치과의 경우 곤란을 겪는다고 한다. 심지어는 폐업을 하는 예가 많다고 한다. 이미 언급한 것과 같이 근무시간에는 외출이나 개인적인 용무를 위해 자리를 비우는 것이 금기시 돼 있기 때문이다. 물론 사내규율로 규제를 하는 곳도 있지만 일반적인 사회 분위기가 근무시간 중에는 자리를 이탈하면 안 된다는 것이 통념화 돼 있다고 한다. 큰 건물 내에 있는 치과들은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한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있는 공동개원이나 네트워크 형태의 치과병원이 많지 않다고 한다. 어떻게 해석을 할지는 독자들의 몫이지만 열풍처럼 번지는 영리화, 상업적인 치과경영에 대한 답이 될 수도 있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야기가 옆으로 흘렀지만, 긴 시간 동안 서로가 믿고 진료를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8020으로 표현되고 있는 일본 사회의 깊게 뿌리 박힌 자연치아의 중요성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인식이 그대로 전달된 결과인 것 같다. 우리가 하고 있는 ‘지연치아 아끼기 운동’도 우리치과 의사들 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렵게 느껴진다. 정책적인 뒷받침과 더불어 국민의 이해와 함께 자연치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중심에 치과의사가 있어야 할 것이다. 치아 하나의 기능을 회복하는데 1년 8개월 13일은 만만한 시간의 흐름이 아니다. 이 흐름의 가치를 환자, 치과의사가 함께 할 수 있다면 우리사회의 자연치아 아끼기 운동은 그날의 성공이 보인다.
얼마 전 그 환자가 한국에 출장을 와 다시 만나 잘 먹고 있고 고맙다는 말을 하는 모습에서 다시 한번 이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나성식 나전치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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