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경영 알아보기(27김명기 서울치대 치과경영정보학교실 교수]진료 상담의 본질/잘되는 병원 안되는 병원 (7)

2007.05.17 00:00:00

 

어떤 치과의사에게 환자를 소개 주었더니, 그 치과에서는 바가지를 씌운다고 불평해 왔다. 내용을 자세히 들어보니, 결코 바가지가 아니고 그 환자가 치료해야 할 전체 내용을 세세하게 설명해 준 것에 지나지 않았다. 환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감사해야 할 훌륭한 치과의사인 데 환자는 크게 오해하고 있었다. 환자에게 진료 내용을 자세히 잘 설명해 준 그 치과의사의 태도는 성실하다고 말할 수 있는 데, 환자는 불만이 있음은 분명하다.


상담을 성공적으로 하자면, 환자에 행태에 대한 체계적 이해가 필요하다. 환자가 어떻게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가에 관해서 널리 알려진 앤더슨 모델이 있다. 모델에 의하면 환자가 처한 일반 환경이 환자의 행태에 영향을 준다. 성별, 연령, 결혼상태, 교육 정도, 직업, 그리고 건강에 대한 믿음 등을 두고 행태적 소인(predisposing factor)이라고 한다. 이런 소인들은 생물학적 소인들로서 정책이나, 서비스 개선 등의 방법으로 행태를 바꾸기는 어렵다. 단지 어떤 특정 연령대의 어떤 직업군들이 건강에 대해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느냐에 대해 일반적 행태를 발견해 내고 적절하게 대응을 하는 방법이 있을 뿐이다. 다른 한편, 어떠한 행태를 ‘가능하게 하는 요인(enabling factor)"으로 가구의 소득 정도, 의료보험의 유형, 그 지역에 있는 다른 의료기관, 접근성 등에 관한 것이 있을 수 있다. 경영과 정책의 대상은 바로 이 부분이며, 관리자의 경영능력에 따라서 환자의 행태는 바뀔 수 있다. 이런한 요인을 다루는 것이 임상현장에서 즉각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환자의 접근성이 좋지 않다고 임의로 개업장소를 옮길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이는 처음 개업장소를 결정할 때 환자의 접근성을 고려한 적합한 위치 설정을 해야 한다.


그렇다면, 진료상당의 국면은 어디쯤 해당될까? 앤더슨 모형의 마지막 단계 즉 의료서비스 이용 직전에 이뤄진다. 모형이 제시하는 바에 따르면, 앞서 언급한 행태적 소인과 가능하게 하는 요인을 전제로 의료서비스의 필요라는 새로운 국면을 제시하고 있다. 상담의 현장에서 오고 가는 대화의 핵심은 환자가 느끼는(인지하는) 서비스의 필요와 전문가로서 치과의사가 느끼는 필요를 어떻게 일치시키는가에 관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필요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서 행태적 소인과 가능하게 하는 요인들이 바탕에 깔려 있다는 뜻이다.


상담의 현장은 국지적이기에 금방 승부가 난다. 그러나 그 현장을 지배하는 소인들은 사전에 분석하고 그에 대한 대응방법을 찾아야 한다. 여기에 고객을 위한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 나아가서 고객의 필요와 치과의사가 느끼는 필요 사이 어떤 유형의 차이가 있는가는 연구를 필요로 한다. 그 차이는 치의학적 지식으로 설명될 수 있기도 하지만, 그 환자가 서비스 필요를 느끼기 이전에 갖고 있는 특성에서 찾아 볼 수 있어야 한다. 2,30대의 여성 고객이라면 심미적 요구가 있을 것이고, 노인환자들이라면 안 아프게 빠른 치료를 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환자와 치과의사 간의 상담이 치의학적 지식에 지나치게 의존할 때 의료서비스 이용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것을 앤더슨 모델은 제시하고 있다.


치과대학에서 배우는 대부분의 지식이 기술중심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처음 개업에 나선 치과의사들은 치의학적 지식의 틀 안에서 환자를 대하기 십상이다. 환자들이 자신의 증상을 말하고 원하는 치료를 표현할 때는 우리들이 배운 전문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들은 삶의 일상에서 겪은 경험을 토대로 일상의 언어로 표현하게 된다. 숙련된 치과의사라면 자신이 원하는 치료계획을 일상의 언어로서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환자와의 국지전이라는 상담현장에 있지만, 머리의 다른 한편은 대국, 즉 그 환자의 소인과 요인을 염두에 두면서 대화는 진행될 것이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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