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시론/이준규]버지니아 텍

2007.05.21 00:00:00

지난 4월 16일 미국 아팔라치안 산맥 동남쪽 기슭 블랙스버그에 위치한 버지니아 공대.
녹색 잔디로 덮힌 아름다운 캠퍼스에서 총기 난사사건으로 교수와 학생을 포함한 32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최악의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미국 사회전역은 충격에 휩싸였지만, 한국에서는 간단한 국제뉴스로 취급됐다.


그러나 범인이 중국계로 추정되다가, 미국에서 청소년 시절을 보낸 한국계 영주권자인 조승희가 범인으로 밝혀지면서 4월 18일 아침부터 한국 언론은 발칵 뒤집혔다.
정부쪽에서도 심야 비상회의를 거쳐 노무현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조의 표명과 아울러 유감 성명을 내 보냈다.


그후 거의 2주동안 한국의 언론들은 한국인이 범인이라는 충격속에, 이 사건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지를 놓고 미국의 이민사회, 미국으로의 이민, 교육등 여러 문제에 대한 진단과 대처방법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을 제시했다.
이제 어느정도 이 사건이 차분하게 정리돼 가면서, 우리의 생각이 경직돼있으며, 다양함을 가지고 있는 미국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오류와 잘못된 상식을 가지고 있음을 깨닫게 됐다.
우리에게 어떤 문화적인 폐쇄성이 있는 것인가.


민족주의라는 마음의 장벽이 우리를 가두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범인이 밝혀지기전까지 이 사건은 ‘강건너 불’이고 총기관리를 제대로 못하는 미국을 비판하는 사건의 하나이었을 뿐이었다. 범인이 알려진뒤 이 사건은 국가적, 민족적 단위의 사건이 돼 버렸다.
한국인이 범인이라는 것 때문에 우리는 곧바로 부끄러워하며, 죄책감을 느끼게 됐다.
그것은 한국 교민과 한국인들이 미국에서 더 넓게는 여러나라로부터 부정적인 인식을 얻게 될 것을 염려하는 위기의식이었다. 재미교포의 상가들은 문을 닫아야할지도 모르고, 유학생은 돌아 와야 하고, 보복성 폭력사태가 발생하리라는 걱정 등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9·11테러 이후 최악의 인명피해를 낸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차분하고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대부분의 언론과 시민들은 “조승희의 범죄는 한국과 무관한 일”이라고 평가하고 미국사회에서 적응하지 못한 정신 병력을 가진 한 인간의 범죄로 파악하고 있었다.
사랑하는 자식을 잃은 유가족들도 냉정하리만치 침착했다. 우리나라처럼 교직원이나 경찰의 멱살을 잡고, 고성을 퍼붓지도 않았고 관을 둘러메고 총장실을 점거하지도 않았다.
2001년 장갑차에 치여 숨진 두 어린 여중생의 끔찍한 시신 사진을 뿌리면서, 국민감정에 불을 붙여 반미시위를 유도하는 시민단체도 없었다


미국은 우리의 잣대로는 생각할 수 없는 그런 문화적인 성숙함이 있었다.
미국은 다양한 인종과 민족이 어울려사는 사회이여서 인지, 미국인에게 인종, 피부색, 민족 배경은 중요하지 않는것 같다. 그러한 기준으로 남과 나를 구분하려하지 않는다.
어떠한 배경을 가지고 왔든, 거기에 살고 있으면 모두가 미국인 인 것이다. 또한 미국은 개인이 자신의 행동을 책임 지는 철저한 개인주의 사회이다. 한 개인의 잘못된 행동이 부모에게 민족이나 국가까지 연결되지 않는다.


이러한 것들이 이번 사건을 통해서 우리가 배울수 있었던 문화적 차이이고, 세계화시대에서 다양성과 포용성이 요구되는 점이고, 문제를 문제 그대로 보고 대처하는 선진문화의식을 배워야 할 필요성이다. 개인을 국가처럼 바라보는 편협한 마음을 버려야 할 것이다.
인종, 국가, 성별, 연령과 관계없이 인간의 삶은 존엄하다.
더구나 꽃다운 나이에 억울하게 스러져간 젊은 죽음을 보게 되면 마음이 너무 아프고, 부끄럽고, 엄숙해진다.


그들의 죽음에 깊은 애도와 명복을 빌며 이해인수녀의 시 ‘이 부끄러운 슬픔을 딛고’ 일부를 옮겨적는다.
“고운 봄날 영문도 모르고 피흘리며 죽어간 희생자들에게 사랑하는 아들을 잃고 비탄에 잠긴 유족들에게 말로는 다 못하는 위로를 오직 눈물의 기도로 침묵속에 봉헌하렵니다.
이토록 끔찍한 일을 저질러 너무 밉지만 또한 어린 영혼 조승희를 대신해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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