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열 교수의 법치의학 X 파일(34)]초동수사가 과학수사 수준 가늠

2007.05.28 00:00:00


오늘날 우리가 볼 수 있는 눈부신 자연과학분야에서 이룩한 업적들은 수사의 과학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으며 과학수사라고 하면 첨단 장비와 기법들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물론 이들의 활동으로 경이로운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이 사실이며 수사에 관련 종사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계속, 감정기법의 향상을 통한 사건의 해결과 ‘범죄는 반드시 밝혀진다’는 것을 보임으로써 범죄를 예방하고자 하는 신념을 가지고 부단히 노력해 오고 있다 하겠다.


그러나 이에 앞서 우리가 고려해야 할 점은 고가의 분석장비나 정교한 기술에 비중을 두기에 앞서 감정물의 채취요령을 철저히 준수한다거나 보관, 운반, 개봉 등 언뜻 사소하게 보이는 일련의 모든 과정이 얼마나 철저히 원칙대로 지켜지고 있는가에 있다 하겠으며 이것이 그 나라 과학수사의 수준을 가늠하는 핵심이라 볼 수 있다.


일차적으로는 사건담당자와 그 요원들의 자세가 중요하다. 즉 초기에 소위 초동수사단계에서 사건현장에 단순히 눈에 띄는 증거물을 채취하는 것을 뛰어넘어 범죄심리적인 관찰과 고찰을 통해 현장을 분석적으로 해석하면 사건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값진 물적증거를 확보할 수 있으며 때로는 그 증거물의 증거력이 현장위치의 확보여부로 좌우될 수도 있어 현장검사에 전문성이 요구된다. 그러나 그에 앞서 사건을 처리하는데만 급급해서는 결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며 사건을 해결하려는 사명감과 의지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범죄기법이 점점 더 지능화되고 잔학성이 커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수사가 개가를 올릴 수 있는 것이라 하겠다.
또한 전문화·세분화되는 감정기법에 힘입어 과학수사 역량이 크게 신장돼 온 것이 사실이나 반면에 감정인 상호간의 유기적인 협조체계의 필요성이 대두되기도 해 이를 총괄적으로 담당하는 지휘관의 역할이 기대되며 그 중요성을 강조하게 된다.


그러한 면에서 필자가 국과수의 소장직을 수행하면서 경험한 한 두 예를 소개하고자 한다. 1996년 10월 1일 소련거주 영사가 독침으로 피살된 소위 ‘최영사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은 당시 국가안전기획부 수사공작 과장과 서울지방경찰청 형사 3부의 검사가 사건을 담당하면서 과연 최영사의 사인이 독침에 의한 것인가의 여부를 가리기 위한 독극물 검출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었다. 정황으로 보아 독침에 의한 피살이 추정됐으나 부검은 당시 우리나라와 국교관계가 자유롭지 못하던 때로서 블라디보스도크의 모 장소에서 실시했다고 하며 그 곳에서는 독침의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통보가 왔다. 수사가 혼선에 빠지게 된 것이다. 이에 우리 연구소의 독침 전문부서의 책임연구관과 면밀한 검토에 들어갔다. 현장에서 수거한 독총의 독침을 분석해 통상적으로 독총에 사용되는 네오스티그민(neostigmine bromide)을 검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이 독성물질은 자입시에 분포가 극히 소범위에 한정되는 성격을 갖고 있음과 독침의 자입 깊이를 추정, 검출을 위해서는 채취 부위에 각별한 주위를 요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우리 연구소의 부검담당의사와 이화학부서의 전문연구관이 팀이 돼 어렵사리 러시아영토에 들어가 현지 전문가 입회하에 우리팀이 재부검해 네오스티그민을 현지에서 검출해 보였다.
기초과학, 분석과학이 세계 첨단을 자랑하던 소련 과학자와 맞대결해 우리 실력을 과시하고 우리의 과학수사능력을 국제적으로 공산권국가에도 인정받은 큰 사건이었다.


국내적으로는 1995년 11월 19일 화려하게 솔로가수 신고식을 치른뒤 다음날 숙소인 서울의 모 호텔에서 의문사한 인기 댄스그룹 듀스의 전 멤버 김성재의 사망사건을 들 수 있다.
김성재의 부검에서 주사 자입점을 발견하고 주입부위에서 약물검출이 시행됐다. 분석 스펙트럼에서 unknown peak가 하나 관찰된 것 외에는 별특이할 것이 없다고 한다. 필자는 이 peak에 대해 담당연구관을 다그쳤다.


우리에게는 잘 모르는 생소한 것일지라도 그것을 탐구할 가치가 있음을 강조하면서 백방으로 알아보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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